‘파동’이란 어떤 에너지가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공간에 전파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자기파 등 빛도 파동이다. 소리 또한 파동이다. 빛은 매질이 없는 텅 빈 진공에서도 전달되지만 소리는 탄성을 일으키는 매질, 즉 공기와 물, 고체 등을 통해서만 전달된다는 차이가 있다.
만약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면 파동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단순히 생각하면 파형을 반대로 구성해 시간을 거슬러 전개하면 될 듯하다. 음색이 달라지지만, 그다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공간적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음원에서 발생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특정한 방 안에서 전파된다고 생각해 보자. 공기 중으로 방사된 소리는 사방의 벽면에서 반사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세기가 줄어들며 여러 방향으로 복잡하게 전파될 것이다.
이때 방 안 한 곳에서 내가 그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해 보자. 여러 방향에서 오는 소리가 울림을 일으키면서 귀에 감지될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내가 들은 소리를 시간상으로 되돌려 시역전된 파형을 다시 발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나에게서 발생된 시간 역전된 파형은 애초에 내게 수신됐던 소리 전파 경로를 역으로 진행해 원래 소리가 발생했던 공간 지점으로 모이게 될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라면 ‘입’이 이에 해당한다.
이것이 바로 ‘시역전 음향 기술’의 원리이다. 시역전 음향 기술은 수십년 전부터 학계에서 알려져 왔으며, 소리뿐 아니라 빛에도 적용할 수 있다. 수많은 논문이 발표됐으며, 현재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시역전 음향 기술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파동 에너지 집속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최초의 연구는 1990년대 프랑스에서 개념적으로 제시됐으며,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필자 또한 2000년대 초 미국에서 관련 실험을 1년여간 진행한 바 있으며, 소리 에너지가 시간역전 현상을 통해 성공적으로 원래 공간에 다시 모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런 기술은 우선 무선 충전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다. 현재는 전기장이나 자기장에서 생성되는 전자기파로 휴대전화 무선 충전을 하고 있으나 충전 장치와 휴대전화가 수㎝ 이내로 접촉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시역전 음향 기술을 이용한 에너지 집속을 이용하면 실내 공간에 놓인 내 휴대전화가 무선 충전기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전기를 보충하는 일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는 공간 내에 방사되는 전자기파 세기가 특정 수준 이하로 규제돼 있어서 실제 에너지 집속 효율이 낮다. 이 때문에 현재는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기술 개발이 이뤄진다면 조만간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휴대전화가 무선으로 자동 충전되는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시역전 음향 기술을 이용한 에너지 집속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또 있다. 구조물 진단이나 인체 검진, 기뢰·지뢰 탐지에 응용할 수 있다. 또 원하는 사람과만 교신할 수 있는 보안 통신, 바다 등 물속에서 의사 교환을 할 수 있는 수중통신에도 쓸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인 시역전 음향 기술에 대한 기존 과학자, 그리고 미래의 주역인 학생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과 탐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