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가와 경기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를 꺾고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끌고갈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은 내년도 성장률과 물가 등을 담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이를 통해 내년도 통화정책 기조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채권시장 관계자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금통위는 지난 2·4·5·7·8·10월에 이어 통화정책방향 회의 7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동결된다면 지난 1월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약 1년간 동결 기조가 유지되는 셈이다.
최근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어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의 정책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당장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 수준을 밑도는 1.3~1.4%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종전 전망치인 3.5%를 웃돌 것이 유력하다.
한은은 한은의 정책 목표인 물가부터 안정시키는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또 고금리 기조에도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크다. 그나마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이후 배럴당 90달러 선에 근접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70달러대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소비도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 추가 금리인상으로 경기를 더 위축시키기도 어렵다.
따라서 한은은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가 둔화하는 속도를 점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한국 물가지표가 둔화되고 있고, 경제성장도 미국처럼 높은 수준이 아니어서 연준이 다시 금리인상의 페달을 밟지 않는 한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릴 현실적인 명분도 그리 크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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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오는 30일 함께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내년도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수정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지난 8월 전망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2.2%,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 2.2%는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등과 같은 수준으로, 한은이 당장 숫자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물가의 경우 공공요금 인상, 유가 등의 여파로 한은이 소폭 올리거나, 둔화하는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은이 사실상 금리인상을 마무리했다는 해석이 우세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시장이 섣불리 금리인하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2%포인트에 이르는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앞서 한국이 기준금리 인하세 나서기도 쉽지 않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스탠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는 성장률 관리가 아닌 물가 및 금융 안정이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높은 만큼 금리 인하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