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국민의힘 신임 최고위원이 27일 용산참사에 대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 용산에서 (일어난) 불법폭력 시위, 도심테러였다”고 주장했다. 2009년 무리한 경찰 진압작전으로 6명이 숨진 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그는 제대로 조사도 처벌도 받지 않은 책임자이다. 긴 시간 공식 사과도 않더니 아예 사건을 왜곡해 고인과 유족들을 모욕하고 나선 것이다. 여당의 핵심 보직을 맡은 정치인의 언행이 파렴치하기 짝이 없다.
2009년 1월20일 새벽, 인권침해적인 ‘전면철거 후 재개발’ 방침으로 생계가 벼랑에 몰린 용산4구 상가 세입자들이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자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다. 비극은 경찰 책임이 컸다. 당시 집회시위 현장의 법집행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일반 시위에 대테러 진압이 주요 임무인 경찰특공대를 과잉 투입했고, 그에 앞서 건물구조 파악이나 안전장비 마련은 하지 않았다. 설사 화염병으로 불이 났더라도 상황을 안전하게 통제할 책임은 경찰에 있었다. 2018년 경찰청 진상조사위원회가 용산참사의 책임이 “경찰 지휘부에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그럼에도 경찰이 아무도 기소되지 않은 이유는 당시 검찰이 ‘경찰은 무혐의, 철거민은 혐의 있음’을 전제로 수사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2019년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바다.
김 최고위원은 공소시효가 끝나서 참사의 법적 처벌을 면했을 뿐이다. 그가 당시 자신의 무능을 덮고자 경찰을 동원해 온라인 여론 조작을 지시한 공권력 남용 혐의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사건’인 용산참사는 그가 주장하는 ‘도심테러’와는 멀어도 한참 멀다. 책임은커녕 참사 후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지내고, 2016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승승장구하더니 스스로 면죄부를 준 모양이다. “5년, 10년이 지나도 뉘우침이 없다. 언제까지 저 사람의 망언을 들어야 하는가”라는 참사 유가족들의 개탄이 들리지 않는가.
소통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민에 대해 정치가 보여야 할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용산참사 이후 정치권이 강제철거를 금지하고 세입자 대책을 강화한 재개발 제도 변화를 이뤄낸 이유이기도 하다. 오로지 김 최고위원 본인만 용산참사가 “불법·폭력 시위 전문꾼과 철거민들”이 저지른 범법행위라고 고집하며 과거에 머물러 있다. 경찰로서 실패한 그는 정치인으로서도 실패할 셈인가. 여당 최고위원이라는 자신의 직책을 진지하게 여긴다면 스스로 발언을 철회하고 유가족들에게 진지하게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