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누구를 위한 ‘강 대 강 남북관계’인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누구를 위한 ‘강 대 강 남북관계’인가

입력 2023.11.28 20:24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윤석열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를 단행했다. 북한은 전면 파기로 맞대응했다. 책임 전가의 핑퐁게임 속에 남북관계가 다시 위태로워지고 있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이후 상당히 들뜬 모양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평양종합관제소를 3차례나 방문하면서 정찰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있다. 위성이 자기 궤도를 잡는다면 다음달부터는 정식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북한은 핵무력을 줄기차게 개발했어도 늘 한·미의 촘촘한 정찰 정보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찰위성을 통해 한·미의 군사적 대응과 감시망을 회피하면서 핵무력을 운용할 것이다.

북한의 노림수는 뭔가? 완전한 핵보유국, 군사강국으로의 이행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군사적으로 압도하려는 것이다. 당장 우리 측의 일부 조항 효력정지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의 전면 불이행 체제로 접어들었다. 양측 화력이 집중된 군사분계선에서부터 기존 조치들을 백지화하고 원상 복구 중이다.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병력과 중화기를 다시 투입하기 시작했고 판문점 재무장화도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방사포와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NLL 침범, 해안포 포문 개방, 무인정찰기 활동 재개 등 군사분계선 인근부터 긴장을 고조시키려 할 것이다. 한반도는 다시 안보 불안의 긴장 지대로 들어섰다.

이러한 일들은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이전부터 예견됐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1차 원인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기인하지만 우리는 이에 현명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9·19 군사합의 파기의 명분을 우리가 먼저 제공한 것은 결코 현명하지 못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그 기술을 이용한 정찰위성 발사는 국제평화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므로 국제공조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번 북한의 위성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논의도 중·러의 반대로 성명 발표나 결의안 채택을 하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의 유명무실화는 실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누구의 책임인가? 미·중, 미·러 갈등으로 유엔 안보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분단국인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안전보장 장치는 북한과의 대결적 정책이 결코 아니다.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거나 우리의 안보를 굳건히 하지 말란 뜻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이미 만들어진 평화보장 장치들은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일각에서 말하는 북한만 이롭게 하는 합의가 아니다.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접경지역의 긴장 가능성을 낮추고 우발적 군사충돌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위반행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몇년 동안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평화보장 장치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9·19 군사합의 파기는 전혀 합리적 상응 조치가 아니다. 유엔 안보리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남북관계로 끌고 들어와 해결하려 한다면 해결이 될 것인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개성공단 철수 역시 북한에 벌을 주기 위한 조치였지만 북한은 핵을 지속적으로 개발했고 남북관계는 남북관계대로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개성공단은 더 이상 재가동되지 못했다. 이번 9·19 남북군사합의도 북한이 이미 모든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이전으로 복귀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동서독 간에는 베를린 장벽이 있었다. 베를린 장벽은 동독 주민의 이탈을 막기 위해 소련과 동독이 세운 것이지만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전까지 동독과 서독의 완충적 역할을 했다. 서독은 동독과 군사적으로는 대결구도를 취했지만 분단 현상을 인정하고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 만들기 정책을 추진했다. 바로 동방정책이다. 당시 미국 등 동맹국이나 서독 내 보수 여론의 반대가 있었지만 그러한 정책들은 궁극적으로 동서독 통일의 밑거름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한다. 평화 지키기는 반쪽 평화다.

강 대 강 남북관계에선 지켜야 할 평화도 없다. 평화 만들기가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는 평화다. 분단 극복의 마중물은 화해협력이다. 8500만 한민족의 소원은 통일이다. 통일·화해협력·평화의 출발점은 대화다. 대한민국은 통상국가다. 군사적 긴장 고조는 통상국가의 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무한하다. 윤석열 정부는 5년의 정권안보가 아니라 무한한 대한민국의 평화 만들기에 소홀해선 안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