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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연구개발비는 누가 나눠먹고, 갈라먹었나

입력 2023.11.28 20:26

수정 2023.11.2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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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타당성과 근거 없는 이유가 논란의 불을 지폈다.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하면서다.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자 했다면 나눠먹고, 갈라먹는 실체를 지목했어야 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011년에 설립되어, 2개의 연구소와 외부연구단 9개를 포함한, 총 31개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 인력 400명을 포함해 860여명(2020년)이 근무하는데, 2020년 예산은 5300억원 내외였다. IBS는 2019년 예산의 90%인 4300억원을 연구비로 썼다. 연구원 1인당 10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집행한 셈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연간 연구비인 우수신진연구비(1억5000만원), 한우물파기기초연구(2억원), 중견연구(4억원), 리더연구(8억원)와 비교해 보면 엄청난 숫자임을 알 수 있다. 이 연구비 금액으로 한국의 리더급 연구자 530여명을 지원할 수 있다.

수년 동안 서울대와 고려대 연구장비 심의위원으로 활동했었다. IBS에 소속된 연구단도 심의 대상에 있었다.

IBS 연구단은 많은 고가의 장비를 구매 요청했다. 공동 연구로 가능한 장비를 굳이 자기 실험실에 갖춰야 하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들은 구매 때 대부분 단독활용장비라고 표시해 보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구매한 장비를 자기들만 사용하겠다는 갈라먹기다. 공동활용장비로 바꾸라는 심의 내용은 차후 심의 내용을 적는 부분을 빼는 심의 서류 형태로 바뀌었다.

IBS의 연구비 독식은 도를 넘었다. 이런 연구기관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IBS의 모델이 된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를 보자. 1917년에 설립된 이 기관은 일본 전역에 2500여명의 연구 인력을 포함해 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2023년 예산은 8700억원 정도다. 2023년 현재 RIKEN은 예산의 42%를 연구비로 지출했다. 1인당 연구비는 1억5000만원 정도다. 세계적인 연구인프라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RIKEN의 노력은 예산의 46%를 연구인프라 구축 및 장비 시설비로 활용하고 있는 것에서 증명된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지난달 31일에 발간한 ‘2024년 예산안 총괄분석’을 통해 R&D 예산 축소의 타당성을 언급했다. R&D 투자가 연평균 10.9%씩 급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가 미흡하고, 도전적인 과제보다는 나눠먹기식 소규모 R&D 사업이 난립하고 있으며, R&D 생태계가 국내 연구진·자금 중심의 폐쇄적인 연구 체계로 이루어져 있어 도전적·성과창출형 R&D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정부 R&D 투자는 비용에 가깝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들린다. 비용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한다. 비용으로 봤으니, 그들은 R&D를 비효율과 효율로 판단하려 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출간한 ‘프라스카티 매뉴얼 2015’는 연구를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특정 용도가 없는 새로운 지식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기초연구, 목적을 위한 독창적 조사 방식의 응용연구, 그리고 새로운 장치나 프로세스,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한 실험적 개발연구로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R&D 활동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며, 불확실하나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재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효율성 판단 여부는 들어 있지도 않다.

정부는 성과가 없어 보이는 기초연구를 아마도 나눠먹기식 R&D로 보고 있는 듯하다. 기초연구는 도전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산림의 식생을 조사하고, 낙동강의 수생생물의 분포를 조사하는 연구는 도전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꾸준히 수행해야 하는 연구도 있는 법이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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