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위원회 자문’ 맡은 김이태 교수
저개발 국가, 오일 머니에 넘어가고
왕정의 ‘국민 시선돌리기’ 취지 발언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자문을 맡은 김이태 부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가 29일 부산엑스포 개최 실패 원인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권 강화를 꼽으며 “사우디 국민의 시선을 엑스포 유치와 동계올림픽 등 여러가지 메가 이벤트에 돌려 국민의 충성과 지지 확보를 누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부산엑스포 개최 실패가 결정된 직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사우디 리야드는 BIE 회원국들로부터 119표를 얻어 부산(29표)과 이탈리아 로마(17표)를 꺾고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됐다.
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혼연일체가 되어 정부와 부산시, 기업의 역할 분담을 통해 유기적인 전략을 했음에도 아쉽게도 리야드에 패했다”며 “패한 원인을 찾아본다면 리야드의 왕권 강화를 통한 국가 이미지 쇄신과 자국 이미지 개선을 위해 경제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사우디 비전 2030”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사우디가 ‘금권 투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우디는 오일 머니 물량 공세를 통해 2030년까지 4300조원 투자를 통해 리야드를 건설하고자 했다”며 “그런 가운데 엑스포 개최를 위해 10조원 이상 투자를 저개발 국가에다 천문학적 개발 차관과 원조 기금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금전적 투표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도 패배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같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 또한 전 세계에 있어서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경제난이 심화된 것이 하나의 역할이 됐다”며 “객관적 역량보다는 현실에 흔들리기 쉬운 구도가 형성되면서 저개발국가의 사우디 몰표가 이뤄졌다고”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최 또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투표하는 데 있어서 국가들 입장에선 관례상 대륙별 안배를 고려했다는 것 등이 우리의 패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을 내부보다 주로 외부에서 찾은 모습이다. ‘저개발 국가’들이 사우디 경제력에 넘어가고 사우디 왕정의 ‘국민 시선돌리기’가 작동했다는 취지의 공개 발언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 정부가 그간 유치 활동 과정에서 쌓은 외교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힌 것과도 다소 어긋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