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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세 번째의 눈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 휴대폰, 세 번째의 눈

퍽 오래전, 문지방이 닳도록 호프집이나 뻔질나게 드나들며 가슴속의 허기를 취기로 달랠 무렵, 별별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왜 얼굴에서 말하는 곳과 먹는 곳은 하나인가. 자칫 소홀하면 지저분하기 일쑤인 입을 공통으로 사용하는가. 좌우대칭의 균형을 자랑하는 이목구비는 왜 칫솔처럼 한쪽에 몽땅 몰려 있는가. 가령 눈 하나는 외진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뒤통수에 달려 있다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러나 깜빡거리는 눈이 늘 보기만 한다면 사람의 머릿속은 어떻게 되겠나. 그것은 매일 불침번을 서는 것이며 한밤중에도 형광등 아래 놓이는 것이며, 종점에서도 곧바로 되돌아 나서야 하는 버스의 피곤과 진배없는 것. 말하자면 그것은 뒤가 없어지는 것. 어쨌든 눈썹 가까이 정렬된 두 눈으로 죽이든 밥이든 하나를 택한 뒤, 거기에 집중하라는 함의로 나는 이해했다.

그리고 그런 건 그런대로 그냥 내버려 두고 또 다른 문제에 정신을 빼앗기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는 그런 유치한 질문조차 하지 않으며 살아가기를 여러 해. 수불석권(手不釋卷)이란 손에서 잠시도 책이 떠나지 않는다는 뜻인데 책은 너무 쉽게 휴대폰에게 그 자리를 빼앗겼다. 식사나 회의는 물론 군사작전 중에도 휴대폰은 손을 점령한 지 오래다.

어느 모임에 갔더니 휴대폰에 대해 말이 많았다. 유튜브, 짤, 쇼츠. 뭐 그런 용어들 사이로 이것이 마음을 퍽 난처하게 만든다면서 이 중독을 어쩌면 좋으냐고 하소연이다. 이를 몰입으로 포장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자꾸 어떤 뚱딴지같은 놈이 나타나 자신을 지켜본다는 느낌도 든다고도 했다.

그 어떤 놈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는 이 밤 또 휴대폰을 쥐고 있다. 이러고 보면 휴대폰은 바깥에 흘린 또 다른 눈 같다. 망원경이고 현미경이라서 못 가는 곳이 없는 육안 다음의 눈. 이젠 정말 그만 보아야지 하면서 낮은 끗발의 화투처럼 휴대폰을 나는 조금 전에 저기 발아래로 집어던진 바가 있었다. 그런데 왜 어처구니없는 심정으로,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엉금엉금 손을 뻗는가. 쓸데없는 것들에 다시 낚이는 줄을 환히 알면서도 이 희한한 세 번째의 눈알을 집어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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