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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뒤에 숨은 기가 막히고 속이 뚫리는 156편의 시+그림

[그림책]‘아낌없이 주는 나무’ 뒤에 숨은 기가 막히고 속이 뚫리는 156편의 시+그림

폴링 업

셸 실버스타인 지음 | 김목인 옮김 | 지노 | 196쪽 | 2만2000원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쓴 셸 실버스타인의 ‘시+그림’책이다. 실버스타인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작품으로 1996년 미국에서 초판 출간됐다. 개정판에는 미공개 작품 12편을 포함해 156편이 실렸다.

“신발 끈을 밟는 바람에/ 나는 위로 떨어졌어-/ 저 지붕들 꼭대기를 지나/ 저 동네 위를 지나/ 저 나무 우듬지들을 지나/ 저 산 너머로/ 저 위 색깔들이/ 소리와 뒤섞이는 곳으로.”(‘폴링 업’ 일부)

‘위로 떨어지다’라는 뜻의 표제작 ‘폴링 업(Falling Up)’은 평범한 생각을 뒤집고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의 문을 연다.

모자의 챙이 엄청나게 넓어서 주변에 그늘을 만드는 소녀, ‘말랐으니 더 먹으라’는 체중계의 텍스트와 달리 배가 너무 나와 정작 체중계를 내려다볼 수 없는 중년 남자의 그림, 가구들이 망가지는 이유가 주인 몰래 가구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기 때문이라는 글, 지우개 달린 연필을 거꾸로 들고 ‘멍청한 연필 회사’라고 투덜거리는 사람 등 실버스타인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사물을 소재로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을 펼쳐 보인다.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쓴 재치 넘치는 문장들을 읽다 보면 ‘피식’ 실소가 터진다.

“내가 목이 쉬고, 갈라져 소리가 안 나기에/이렇게 말했지. “내가 말이야”/그러자 애들이 내 등에 안장을 얹고 그 위에 올라탔어-”(‘내가 말이야’ 일부)

[그림책]‘아낌없이 주는 나무’ 뒤에 숨은 기가 막히고 속이 뚫리는 156편의 시+그림

저자는 ‘I am a little hoars’에서 hoars(목이 쉰)의 발음이 horse(말)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넘실거리는 운율과 자유분방한 유머를 접목했다. 통통 튀는 언어 감각으로 말과 노래와 그림의 경계를 지운다. 리듬과 해학으로 가득 찬 글은 촌철살인의 철학적 메시지도 품고 있다. 지역 축제에서 도망쳐 나와 진짜 추고 싶은 춤을 추는 곰과 동물들에게 구경당하는 인간을 그린 작품에서는 ‘동물권’을, 어린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이중성을 그린 글에서는 ‘아동인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드러난다. 나무에 박힌 뿔을 빼달라고 부탁하는 유니콘이 온갖 걱정을 쏟아내느라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모습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속에 파묻혀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나약한 망설임’을 꼬집는다.

발, 코, 목, 머리 등의 신체 부위를 따로 떼어내 해체하고 하나의 인격으로 그리기도 하는데, 그로테스크한 그림과 난해한 서술이 오히려 실버스타인의 의도를 곱씹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생각했던 실버스타인이 실은 ‘나무에 그네를 걸고 타던 장난꾸러기 소년’ 쪽에 가까울 것 같다고 말한 옮긴이의 고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실버스타인처럼’ 읽히게 하려 무수한 낱말을 파헤쳤을 옮긴이의 고심도 느껴진다. 다만 영어 원문과 함께 실었으면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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