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영인 SPC 회장(왼쪽)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허회장과 이회장은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에는 허영인 SPC 회장과 이해욱 DL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야당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 SPC와 DL은 최근 잇따른 중대재해로 물의를 빚었는데 허 회장과 이 회장 모두 지난 국정감사에 해외출장을 핑계로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증인 채택에 응한 바 없다’며 임이자 간사를 빼고 전원 불참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을 향해 “지난해 10월 SPL 평택공장 사고는 교반기 9대 중 7대가 인터록(자동방호장치)이 없었고, 샤니 사고도 마찬가지였다”며 “기초적인 것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일어난 사고”라고 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SPC 계열사에서 (주야간 맞교대) 2조2교대가 50%를 넘는데, 경쟁사인 CJ제일제당은 2016년부터 4조3교대로 돌아가고 있다”며 “SPC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보여주는데, 그룹 회장이 이를 두고 ‘노조와 합의를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했다. SPC에서 최근 일어난 사망사고들은 주야간 맞교대 중 일어났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 회장에게 “(중대재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문건설사들이 최저입찰경쟁을 하며 공사비를 줄여야 작업 일수도 줄이고 이익이 남는 불법 재하도급 때문”이라며 “입찰 단계부터 그런 점들을 포함해 근본적 경영개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내부 조사 결과 공기나 임금은 직접적 문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지적해주신 대로 다시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 회장에게 “DL보다 더 큰 삼성물산이나 GS건설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망자가 0~1명”이라며 “협력업체들에 물어보니 삼성물산은 깐깐해서 일하기 싫고 DL은 편해서 일하기 좋다고 한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허영인 SPC 회장이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허 회장은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두 회장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지난 국감에 불출석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이 해외출장 중 해외업체들과 체결했다는 양해각서(MOU)를 보면, 서명 당사자가 허 회장이 아니다”라며 “한 장짜리 MOU를 위해 허 회장은 직접적 역할도 없으면서 국감을 빼고 갔다”고 했다. 허 회장은 “MOU 체결 당시 옆에서 입회했다”며 “해외 출장 중 방문한 제빵전시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30년 전부터 제가 직접 참석하고 있다”고 했다.
의원들은 SPC가 DL보다 자료를 불성실하게 제출했다고 질타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환노위 행정실에 낸 국감 불출석사유서와 청문회 답변자료가 맞지 않는다. 해외기업 대표자 이름도 다르고 MOU 날짜도 바뀌어 있다”며 “제출한 책자도 육안으로 도저히 식별할 수 없는 자료였다”고 했다. 허 회장은 “자료가 미비한 점은 다시 검토하고 불성실한 부분은 다시 제출하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허 회장이 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하면서도 잇따른 사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이 실질적 지배력 갖는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지적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실관계를 계속 파악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책임을 규명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허 회장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SPC 계열사들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다”며 법적 책임에는 선을 그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허 회장은 이날 오전 국회 환노위 청문회에서 “산재 사고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고, 저희가 부족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희 기업문화는 안전경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다시 국민께 사과드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SPC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에서 교반기 끼임 사고로 20대 노동자가 숨진 데 이어 지난 8월 샤니 성남공장에서도 볼 리프트 끼임 사고로 5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DL그룹의 건설사 DL이앤씨 공사현장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7건의 사고로 8명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