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들 희망이 된 광주·김포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우리나라 프로축구는 1, 2부로 나뉘어 운영된다. 1부(K리그1)는 12개 팀이 속해 있다. 최종 순위 1~3위는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다. 이번 시즌 1부 리그 우승팀은 울산 현대다. 2위는 포항 스틸러스, 3위는 광주FC다. ACLE는 아시아 12개국 프로리그 상위 26개 팀만 나서는 아시아 최고 클럽 대항전이다. 거기에 울산, 포항, 광주가 포함된 것이다.

광주는 올해 1부로 승격한 팀이다. 지난 시즌 2부 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말이다. 1부 리그 ‘막내’ 광주가 이처럼 잘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쉼 없이 뛰는 강한 체력,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공수에 걸쳐 엮어내는 공격적인 플레이, 포지션에 상관없이 상황에 맞춰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멀티 능력이 무기다. 광주는 16승11무11패를 기록했다. 울산(2승2패), 포항(1승2무1패)과 상대 전적에서 대등했고 모든 1부 팀을 한 번 이상 이겼다. 놀라운 것은 최소 실점이다. 광주는 최소 실점 공동 1위(38경기 35실점)다. 두려움을 모르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면서도 최소 실점이라니. 모든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가 증명됐다.

2부 리그(K리그2)에는 13개 팀이 뛴다. 1위는 다음 시즌 1부로 승격한다. 올해 2부에서 우승한 김천 상무가 내년 1부로 올라간다. 2위와 3~5위 플레이오프 승자가 각각 1부 11위, 10위와 맞붙어 승격에 도전한다. 이번 시즌 2부 리그 2위는 부산 아이파크, 플레이오프 승자는 3위 김포FC다. 부산은 수원FC(1부 11위)와, 김포는 강원(1부 10위)과 각각 싸운다. 부산, 김포가 이기면 1부로 올라간다.

김포는 올해 프로 2년차다. 실업리그에서 뛰다가 2022년 프로 2부에 참여했다. 첫해인 2022년에는 2부에서 8위를 했다. 연봉 총액이 꼴찌(18억원)인데도 말이다. 김포의 프로 2년차 순위는 3위다. 17승12무8패, 42득점, 26실점이다. 득점력은 리그 중간 정도지만, 최소 실점 1위다. 김포는 ‘세컨드 찬스’를 노리는 선수들로 구성된 구단이다. 앞선 기회를 살리지 못한 무명 선수들이 뛰고 또 뛴 결과물이다.

광주와 김포 모두 상대적으로 무명 선수들로 꾸려졌다. 연봉도 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그런데 20년 이상 역사를 가진 형님 격인 터줏대감들을 혼쭐냈다. 축구는 돈으로만, 이름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이들은 결과로 증명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강력한 리더십, 자발적인 팔로어십 간 단단한 결합이다. 광주 이정효 감독과 김포 고정운 감독은 선수단을 확실히 장악했다. 구단이 아니라 감독 본인이 소위 “과거를 잘 아는 선수”들을 직접 뽑았기 때문이다. 두 감독 모두 성취욕이 대단한 지도자들이다. 직업 선수로 벼랑 끝에 몰린 선수들도 절박했다. 좋지 않은 훈련 환경과 처우 속에서도 지도자의 강한 압박, 엄청난 훈련량을 감내했다. 감독과 선수들의 성취욕이 결합하면서 팀은 하나가 됐고 하나처럼 움직였다. 연봉이 적어도, 이름값이 없어도, 조직이 작아도, 환경이 좋지 않아도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는 리더와 팔로어가 하나 된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광주, 김포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이 됐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무명 반란을 꿈꾸는 작은 단체와 조직에 광주, 김포는 희망이 됐고 두 구단 서포터스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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