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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 드리는 ‘카르텔’의 용법

입력 2023.12.06 20:57

수정 2023.12.0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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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카르텔’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지난달엔 산재보험 재정 부실화를 지적하면서 ‘근로복지공단-병원-가짜 환자’로 이루어진 ‘산재 카르텔’을 입에 올렸다. 하지만 2021년 기준으로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어도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건수가 전체의 66.6%를 넘는다. 아무래도 산재 카르텔이란 말이 어색한 이유다.

게다가 카르텔이 되려면 ‘가짜 환자’라는 이익집단의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이익집단은 없다. 오히려 그 자리에 산재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가 위치하게 될 뿐이다. 결국 ‘산재 카르텔’이란 말은 노동자에게 낙인을 찍고 산재보험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종종 상대를 적폐로 몰아 정당성을 박탈하고 엄벌을 요하는 범죄자로 만드는 정치적 수사로 ‘카르텔’이란 말을 사용한다. 단어의 개념을 멋대로 사용하는 ‘지도자’에 대해 생각하던 중 제대로 된 용법을 보여주는 교본을 만났다. KBS <시사기획 창>이 방영한 ‘녹색 카르텔’이다.

방송은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대형화된 산불에 주목한다. 기후 위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라 한국 역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잘 들여다보면 한국의 산불 피해 복구 및 산림 관리 시스템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게 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게 바로 ‘산피아’라는 별명을 가진 산림청과 수의계약(경쟁이나 입찰 없이 상대편을 임의로 선택해 체결하는 계약)이라는 ‘운영의 묘’다. 산불 피해지역에 산림 복구를 위한 예산이 편성되면, 이 돈이 수의계약을 통해 산림청 산하 산림조합중앙회 소속 업체들로 쭉 흡수된다.

지난 5년간 각 지방 산림청 및 국유림 관리소가 산불 복구, 임도 등 산림사업과 관련해 수의계약 건수는 총 2만4000여건, 1조5000억 규모였다. 이 중 산림조합이 가져간 돈은 60%가 넘는 9220억원. 이때 산림조합이 수주한 사업은 5000건이고, 그 외 1만8000건 정도는 민간 업체로 갔다. 뭔가 계산이 맞지 않는다.

방송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 산림기술업자는 이런 사업에서 돈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은 산림청 직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밑에 수족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계급이 나뉘어 있어요. 위에 산림청, 그다음에 도, 그다음에 시, 산림조합, 그 밑에 법인들.” 이게 바로 녹색 카르텔이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노하우가 중요해 검증된 업체에 맡기는 거라 강조하지만, 실상은 ‘산불이 돈이 되는 시스템’이 계속될 뿐이다. 산불 이후 산림 복구를 이유로 멀쩡한 활엽수까지 ‘싹쓸이 벌목’해 큰 이익을 남겨도 아무 관리가 안 되고, 그 자리에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심는 일이 반복된다. 게다가 산림청이 관할하는 임도건설이 대규모 산사태로 이어진다는 문제 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키를 쥔 건 산림청 고위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퇴직하면 산림조합을 비롯해서 산지보전협회, 등산·트레킹지원센터, 산불방지기술협회 등 10여개의 산림청 산하 특수법인 기관장으로 옮겨간다. 그러니까 산림조합이 산림청 예산을 수의계약으로 긁어모으는 동안, 그 외 산하 기관 간부 자리는 산림청 직원들의 퇴직 보험이 되는 셈이다. 방송은 산림청이 2004년부터 2020년까지, 거의 1년에 하나씩 산하 기관을 세워왔다고 지적한다.

이상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산재 카르텔’을 입에 올린 직후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영 관련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산피아’가 새로운 뉴스가 아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더 시끄럽게 떠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격노하셔야 할 카르텔이 여기에 있는데, 왜 잠잠하신지 역시 궁금하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손희정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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