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배럴당 69.38달러 마감
중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 감소 우려
미 원유 수출량 증가, 유가 하방 압력
내년부터 사우디 증산 가능성 전망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플러스(OPEC+)의 자발적 감산에도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6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94달러(4.1%) 하락한 배럴당 69.38달러로 마감했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7월3일(69.79달러)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WTI 가격은 지난 9월27일에 배럴 당 93.68달러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서는 두 달여 만에 20% 넘게 떨어졌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는 내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이 2.90달러(3.76%) 떨어진 배럴당 74.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국제유가는 지난달 30일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자발적 감산 발표에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OPEC+는 지난 30일 회의에서 내년 1분기 하루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에 합의했지만, 강제력이 없는 자발적 감산을 산유국들이 얼마나 이행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영향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진 것도 국제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일 중국 지방 정부와 국영 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를 거론하며 중국의 국가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외에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이 일간 1300만 배럴을 웃돌면서 미국 바깥으로 원유가 계속 공급되고 있다”며 “미국 원유 생산과 수출이 늘면서 OPEC+의 감산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감산 기조를 이끌어왔던 사우디가 내년부터는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러시아가 내년에 원유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사우디 감산 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사우디가 각종 대형 재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재정 지출이 증가하는 국면에서 재정수입 중심에 있는 석유 관련 재정 수입액은 감산 여파로 오히려 주는 추세”라며 “현 유가 생산과 유가 수준을 사우디 경제가 얼마나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은 시나리오지만 사우디가 미국 내 원유 생산을 주도하는 셰일 업체를 압박하기 위해 증산을 통한 유가 하락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