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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을 허하라

내가 혼밥을 시작했던 것은 2005년 무렵이었다. 아내가 아파서 입원 등 병원 출입이 잦아지면서 끼니를 혼자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아졌다. 주중에는 어떻게 해결됐지만 주말은 대략 난감했다.

그 당시 혼밥을 할 수 있는 곳은 김밥집이나 서울 시내의 유명한 해장국집 정도였다. 지금은 혼밥이 흔해졌지만 그때는 혼밥을 하면 대부분 식당의 종업원이나 옆의 손님이 나를 약간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래도 서울은 나았다. 서울에서는 1인분을 팔지 않는 것은 수익이 덜 난다는 경제적 판단에서 귀찮다는 투였다면 지방은 사뭇 달랐다.

2013년 세종시가 처음 생길 때, 나는 그곳으로 파견됐다. 사방이 공사판이던 그곳은 사실상 시가 아니라 읍 단위의 마을이었다. 고기나 민물매운탕을 주로 팔던 식당가에서 1인분을 주는 식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곳에서 혼밥을 하는 나에게 쏟아지는 또 다른 종류의 시선을 느꼈다. 주말에 혼밥을 먹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다. ‘멀쩡한 사람이 왜 혼자냐’는 시선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나에게 “올해는 좋은 사람 만나세요”라고 말하는 주인장도 있었다.

차가운 시선은 2010년이 지나면서 많이 줄어들었다. 인권이나 차별에 대한 고민보다는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식당이 혼밥을 팔지 않을 수가 없어졌다. 격세지감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얼마 전 세종시에서의 악몽이 떠오르던 사건이 있었다. 그것도 관광을 중시한다는 제주도에서였다. 나는 제주에서 주로 함덕해변에 머문다. 바다도 아름답고 괜찮은 숙박시설도 많다.

그런데 지난달 말 가보니 1인분 식사를 팔아 매번 가던 함덕해변가의 해물뚝배기집이 폐업했다. 낭패였다. 관광지라서 횟집은 물론 생선구이집도 1인분을 팔지 않았던 탓이다. 30~40분쯤 헤매다가 해변에서 꽤 떨어진 도로변에서 해물칼국수집을 발견했다. ‘여긴 1인분을 팔겠지’라며 들어갔는데 2인분만 팔았다. 나는 주인에게 1인분만 팔 수 없냐고 물었다. 주인은 완강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갑자기 식당 안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식당에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혼밥족의 자존심을 걸고 물러서는 안 된다는 오기가 들었다. 그래서 나는 문어숙회를 시킬 테니 칼국수 1인분을 팔라고 타협안을 던졌다. 나이가 60이 넘었을 것 같은 주인장은 무뚝뚝한 얼굴로 혀를 차더니 결국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개업 이후 1인분은 처음 만들어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계산할 때 칼국수값은 받지 않고 문어숙회값만 받았다. 2인분만 판다는 소신을 나에게 끝내 강조하고 싶었나보다. 나는 “맛있으니 1인분을 앞으로 파세요”라고 덕담을 건네고 나왔다.

관광 수입이 많은 제주에서 1인분 식사를 팔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제주 여행을 혼자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우리는 결국은 위대한 혼자가 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혼자 식사하는 사람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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