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이주선원으로 일했던 중국인 ㄱ씨(47)가 2020년 1월12일 부산 자갈치시장 어귀에 정박한 고기잡이배를 바라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어선 노동자의 안전보건 환경 개선을 위한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산업재해는 뱃사람의 운명’이라고 여기는 인식 때문에 매년 100명가량이 바다에서 숨지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달 무소속 윤미향 의원·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통합·조정해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다. 개정안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존의 어선원 안전보건 법체계는 선박 무게(20t)를 기준으로 이원화돼 있다. 20t 이상 어선에는 해양수산부 관할인 선원법이 적용되고, 고용노동부 관할인 산업안전보건법은 보충적으로만 적용된다. 20t 미만 어선에는 선원법이 아닌 산안법이 적용된다.

경향신문은 2020년 4~5월 <바다 위의 ‘김용균’> 기획시리즈를 통해 어선 무게에 따라 관할 부처가 다르며 ‘어선원 맞춤형 안전보건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그해 11월 어선원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규율하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를 발족시켰다.
노사정은 1년간의 논의를 거쳐 2021년 11월 합의문을 발표했다. 경사노위는 “어선안전조업법을 개정해 모든 어선에 대해 해수부가 관할하도록 하는 등 일관성 있는 제도 및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제도 개선 세부사항은 해수부 내 노사정 협의회를 구성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고, 지난 2월 최종 합의안이 도출됐다.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한 개정안에선 법률 명칭이 ‘어선안전조업법’에서 ‘어선안전조업 및 어선원의 안전보건 증진 등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이 개정안은 어선원의 선내 사고 예방 등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신설하고, 어선원 안전보건 관리를 해수부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신설되는 어선원 안전보건 관리체계는 현행 산안법을 기반으로 하되 어선의 특수한 노동환경을 반영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수부 장관이 어선원 안전보건 기준을 작성·고시해야 하며 어선소유자는 선내 위험·유해 요인 발굴을 위해 위험성평가를 해야 한다. 또 어선원은 급박한 위험이 있으면 작업중지를 할 수 있고, 해수부는 어선원 안전보건 감독을 위해 어선원안전감독관을 둬야 한다.
윤미향 의원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사각지대에 있던 어선원 안전보건 분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큰 틀이 마련됐다”며 “해수부는 어선원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이 법이 하루 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시행령 등 세부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