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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x전기x음악’의 여섯 가지 이야기

“전자음악에서는, ‘에너지’를 다룹니다.” 다큐멘터리 <일렉트로니카 퀸즈-전자음악의 여성 선구자들> 속 이 한 구절은 내 머릿속을 오래 맴돌았다. 모든 음악을 만드는 데 에너지가 소요되기는 하겠으나 에너지를 ‘다룬다는’ 감각은 그 무엇보다도 전자음악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았다. 도시를 움직이는 에너지와 동종의 에너지로 음악을 만든다는 감각은 전자음악의 여성 선구자들에게 그 소리 이상의 것을 선사했을 것이다.

<여성×전기×음악>이라는 책이 있다. 소설가이자 편집자인 함윤이와 음악가 영 다이, 위지영, 키라라, 애리, 조율, 황휘가 함께 만들었다. 번쩍이는 전기 에너지가 흐를 것만 같은 이 책을 쓴 음악가들은 비슷한 신을 오가고는 있지만 서로 제각각의 자리에서 움직이던 이들이었다. 그런 만큼 여성과 전기와 음악이라는 공통의 열쇠말에 각자가 반응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제각각이었다. 그들의 이야기와 태도, 이 거대한 키워드에 대한 의견, 삶과 음악이 관계 맺는 방식은 다른 세상처럼 달랐고, 책을 읽는 시간은 반가운 충격의 연속이었다.

“대체 뭐 하는 분이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과도 같은 최영의 글은 여성과 전기라는 말이 기저에 흐르도록 둔 채 최영이 그간 여러 이름으로 만들어온 작업들을 차근히 다룬다. 문학을 떠나 음악을 시작했다가 다시 픽션의 갓길로 들어선 위지영의 상황은 다급히도 변화해왔지만, 이제는 녹음기 앞에 선 그는 때로 소란스러운 움직임을 일순간 멈춘다. “발칙한 장면 하나를 완성한 나는 녹음기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다.” 여성과 전기와 음악이라는 세 열쇠말에 다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더 분명히 적기 위해 ‘여성 전기 음악 키라라’라는 제목을 내건 키라라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전자음악이란 변형의 미학이다. 목소리가 베이스가 될 수도 있고, 드럼이 멜로디가 될 수도 있다. 포터 로빈슨처럼 ‘목소리의 음색을 바꾸는 것이 성별의 벽을 허무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무언가 바꾸어 쓴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전자음악가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애리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생각한 바를 가감없이 적어내려간다. “글을 통해서 나눌 수 있다면, 또 다른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면,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장식으로만 존재하는 꽃이 아니라, 만물의 순환 속에서 에너지를 주고받는 꽃이라면.” 조율은 수많은 감각을 동원해 끊임없이 사라지는 소리를 상대하며 계속해서 자문한다. “음향 신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장 안에서 이대로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가늠해본다. 소리는 나를 여기서 어디까지 데려다줄 테며, 나는 그 소리를 데리고 다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자동기계와 자신의 음악을 중심에 두고 그 전후로 드넓은 시간을 펼치며, 황휘는 이렇게 쓴다. “태곳적의 지구를 시추해 만든 전기의 힘으로 무대 위 마이크와 보컬이펙터를 작동시키면 전선을 타고 공룡이 되는 내 목소리….”

스파크가 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무대 위에 소리의 틈을 내는 음악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소리가 정보로 바뀌었다가 에너지가 다시 그것을 소리로 바꾸는 과정을 상상하고, 고대부터 미래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시간을 느낀다. 그리고 이 서로 다른 음악가들이 거리를 두고 제각각의 풍요로운 세계를 이룰 수 있는 드넓은 전자음악의 영토를 떠올린다.

책의 본문에는 이 서로 다른 글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또 다른 글이 없다. 아마도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각자의 삶과 음악을 지탱하는 기준점은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이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편집자 함윤이의 말을 빌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에게 있어 음악은 자신을 “까마득한 미래로 데려다줄” 무언가라는 사실입니다.”

신예슬 음악평론가

신예슬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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