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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근무 거부했다 해고된 ‘워킹맘’···대법 “일·가정 양립 배려 의무 안 지켰으므로 부당해고”

입력 2023.12.10 15:54

수정 2023.12.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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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여성 노동자가 새벽 시간대나 공휴일에 근무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자 채용을 거부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상 배려 의무를 다하지 않아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사업주에게 명시적으로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의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도로관리 용역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2008년부터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일해 온 여성 노동자 B씨는 용역업체가 바뀌기 전 매월 3~5차례 돌아오는 ‘오전 6시~오후 3시’ 초번 근무를 면제받았다. 이 회사는 출산·양육을 배려해 공식적으로는 주휴일과 근로자의날만 휴일로 인정하면서도 일근제 근로자들은 공휴일에 연차 휴가를 사용해 쉬도록 했다. 그런데 2017년 4월 A사가 새 용역업체로 들어오면서 수습 기간을 3개월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B씨에게 초번·공휴일 근무를 지시했다. 당시 B씨는 각각 1살, 6살인 자녀를 두고 있었다.

B씨는 회사 방침에 항의하며 2개월간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하지 않았다. 이에 회사는 B씨의 근태가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며 그해 6월 ‘정식채용 부적격 결정 통보’를 보냈다. 일자리를 잃게 된 B씨는 노동위원회를 찾았고, 중앙노동위원회는 B씨에 대한 회사의 채용 거부를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이에 A사는 중노위 판단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B씨 측을, 항소심 재판부는 A사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A사가 노동자의 일과 가정이 양립하도록 지원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남녀고용평등법 19조의5는 사업주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업무 시간 조정, 연장근로 제한 등의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한다.

재판부는 “B씨가 육아기 근로자라는 사정만으로 근로계약과 취업 규칙상 인정되는 초번, 공휴일 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업장 규모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회사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 의무를 다하지 않아 채용을 거부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본채용 거부 통보의 합리적 이유와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회사는 B씨가 육아기 근로자로서 보육시설에 등원시켜야 하는 초번 근무 시간이나 공휴일에 근무해야 할 경우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서 “수년간 지속한 근무 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꿔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되는 반면 (그렇게까지 할)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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