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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를 알아야 할까

입력 2023.12.11 20:28

특별히 관심을 둔 것도 아닌데 나는 올해 수능 만점자가 어느 학교를 나왔고 선택과목은 무엇이며 어느 전공을 희망하는지 알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일제히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수능 만점자가 선택과목 때문에 서울대 의대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것이 옳으냐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왜 우리는 수능 만점자를 이리도 자세히 알아야 하고, 그의 진로를 다 같이 고민해야 할까? 우리가 관심 두지 않아도 알아서 잘 진학할 것이고, 원하는 직업을 갖게 될 텐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은 하지만 공적 가치가 없는 사안을 가십이라고 한다. 수능 만점자가 누구인지 궁금할 수 있어도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가십거리다. 독일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매스미디어에서 가십을 마치 공적 관심사인 것처럼 다루면 사회 통합과 민주적 참여가 저해된다고 했다.

우리가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공적 사안은 무엇일까? 몇년 전,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서 진로를 포기할 처지에 놓인 학생과 그 어머니가 친척집을 다니며 돈을 빌리려다 실패하자 함께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우리는 이 사안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을까? 올해는 그런 처지의 학생이 없을까?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일터로 가는 학생들, 이미 현장실습을 하며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의 현장은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보다, 2017년 <다음소희>의 콜센터 현장보다 얼마나 나아졌을까?

우리 사회가 ‘가장 공부 잘하는 사람들’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체 수석, 최연소 합격, 삼시패스와 같은 타이틀을 딴 사람들이 출세를 하고 부와 명예를 가지는 것을 우리는 당연하게 여겨왔다. 20대 전후에 이룬 성취를 평생 누리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성찰보다는 내가 아니면 내 자녀, 우리 집안과 학교, 지역 출신 중에서라도 이런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는 욕망이 늘 앞섰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대다수가 일하고 살아가는 현장은 수십년 전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도 공적 관심사가 되지 못해왔다.

언젠가 입시 제도가 ‘제대로’ 개편되어서 누가 서울대에 들어가고 의대에 합격하느냐의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면 우리 사회가 좋아질까? 그보다는 고교를 졸업하고 지방의 작은 제조업체에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어느 부모든 “꽤 좋은 선택”이라 말할 수 있고, 실제 일하는 사람들도 “이만하면 꽤 좋은 일자리”라고 말해줄 수 있게 된다면 그게 좋은 사회가 아닐까?

그러려면 임금도 높아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일터 환경이 안전해야 할 것이고, 차별이 없어야 할 것이고, 퇴근 후 자기 삶을 가꿀 만한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일자리가 매년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려면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직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런 일터들을 만들어 왔다면, 제조업 현장의 인력난이 이렇게 심해졌을까? 수도권 이외 전 지역이 소멸위기를 걱정하게 됐을까? 한국이 이렇게까지 입시지옥이 되었을까?

수능 만점자가 보도된 그날, 2018년 김용균씨 사망 책임을 묻는 3심 재판에서 어느 책임자도 실형을 받지 않았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 온 사회의 모습이다.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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