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소신공양’과 ‘극단적 선택’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소신공양’과 ‘극단적 선택’

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다비식이 3일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다비식이 3일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달 29일 저녁,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죽음은 큰 충격을 던졌다. 사찰의 갑작스런 화재,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스님의 유구, ‘소신공양 자화장’이라는 조계종의 발표, 정부의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 조계사에서 치러진 종단장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충격과 의혹은 빠르게 가라앉고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자승스님의 열반송만 남았다.

‘소신공양’이란 말은 불교신도가 아닌 사람들에겐 낯설다. 기독교에선 자살을 죄악시한다. “개인이 생명을 마음대로 끊는 것은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불교에서도 ‘불살생계(不殺生戒)’에 입각해 자살을 생명경시로 보고 반불교적 행위로 여긴다. 예외적으로 자기 몸을 태워 부처에게 바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란 개념이 있다. 1963년 베트남에서 독재정권의 불교 탄압에 반대하며 길에서 소신공양한 틱꽝둑 스님이 대표적이다. 가부좌를 튼 채 화염에 휩싸인 틱꽝둑 스님의 사진은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한국에서도 2010년 문수스님이 ‘4대강 사업을 중단’을 요구하며 하천 제방에서 소신공양했다.

‘소신공양’이란 말을 계속하니 어지럽다. ‘세속적’인 말로 번역하자면 분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최근 자살 보도의 경우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나종호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자살을 선택의 일부인 것처럼 명시하면 안된다”고 수차례 이야기해왔다. 경향신문은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자살’로 명기하도록 하는 보도원칙을 정했다.

하지만 유독 자승스님의 죽음을 ‘소신공양’이라고 일컫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토론이 없다. ‘소신공양 자화장’과 ‘극단적 선택’은 얼마나 다른 말일까. 여기엔 두 가지 층위의 질문이 존재한다. 불교의 소신공양이 예외적으로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 자살의 특별한 경우인가라는 물음,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자승스님의 죽음이 ‘소신공양’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범부(凡夫)로서 불교의 소신공양 개념에 대해서 논하기는 능력 밖이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품은 것은 비단 범부 뿐만이 아니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2일 ‘조계종 스님대상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승스님의 죽음을 소신공양이라 말할수 있는가’란 질문에 93.1%는 “막후 실권자에 대한 영웅 만들기 미사여구”라고 응답했다. 종단장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87.3%였다. 교단자정센터는 자승스님의 죽음을 ‘소신공양’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불자들에게 삿된 수행을 장려”하고 “사찰의 방화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네 명의 상좌(제자) 스님들에게 “각자 2억(원)씩 출연해서 토굴을 복원해주도록”이라고 남긴 유서에 대해서는 “불자들의 시주돈 8억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설문조사는 스님 461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276명이 응답했다. 낮은 응답률로 대표성·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비판엔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틱꽝둑스님,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엔 대중들이 납득할 만한 대의가 있었다. 자승스님의 경우 그 ‘대의’를 짐작하기 어렵다. 영결식에서 주호영 의원은 “큰스님이 택한 방법은 충격적이고 그 깊은 뜻을 아직은 헤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뜻을 헤아리기 힘든 죽음을 ‘소신공양’이라 부르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종단 최고 실세’로 불렸던 자승스님의 죽음 이후 내부 수습에 분주한 조계종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이영경 문화부 차장

이영경 문화부 차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