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내년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게 어디 있겠나”이라며 “역사의 뒤편에서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지도부·친윤·영남 중진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 친윤석열 핵심 인사가 처음 화답한 것이다.
장 의원은 얼마 전만 해도 혁신위의 ‘주류 희생’ 요구를 대놓고 무시했다. 부산 사상구가 지역구인 그는 지난달 관광버스 92대를 동원한 지지모임을 열어 세 과시를 했다. “나 보고 서울에 가란다.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며 서울에 가지 않겠다”며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 그랬던 그가 돌연 “(윤석열) 당선인 비서실장 되는 순간부터 각오한 것”이라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암울한 총선 전망이 잇따르자 윤 대통령과의 교감 후 결심한 것으로 추론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견제론이 정권지원론에 16%포인트 앞서고, 국민의힘 자체 조사에서 서울 49곳 중 6곳만 이길 것으로 예측되는 등 여당의 총선 위기감이 깊어지는 상황이었다. 장 의원이 혁신위가 당 기득권에 막혀 조기 해산한 다음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는 지도부·친윤·영남 중진들이 거취를 압박받게 됐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김기현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혁신에는 때가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인적 쇄신은 혁신의 본질이 아니다. 정권의 실세 몇명이 총선에 불출마하고, 새로운 지도체제가 들어선다고 해서 절로 혁신되지는 않는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교훈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해소하고 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을 바꾸라는 것이었지만 정부·여당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당은 왜 민심이 싸늘한지를 모른 척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건지 묻고 싶다.
여권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선에서 다수 의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실에 할 말은 하겠다는 결기로 ‘용산 출장소’ 꼬리표를 떼지 못하면 그 어떤 혁신도 부질없다. 윤 대통령도 당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당을 존중해야 한다. 국민이 다 아는 길을 놔두고 그들만의 길로 가는 혁신은 성공할 수 없음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