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내렸지만, 용량을 교묘히 줄여서 실제론 교묘히 가격을 부풀린 업체들이 덜미를 잡혔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논란이 되는 가공식품 등에 대한 ‘슈링크플레이션(용량 축소 가격 인상)’ 실태를 파악한 결과, 용량 단위별로 보면 가격을 은근슬쩍 올린 제품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가격정보종합포털사이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 중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 3개 품목 19개 상품이 용량을 줄였다.
구체적으로 바프(HBAF)의 허니버터 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제품,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 비엔나(2개 묶음 상품),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 상품과 15매 상품 등의 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었다.
또 정부가 지난달 설치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통해 지난 8일까지 접수된 53개 상품 중에서는 9개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몬덜리즈 인터내셔널의 호올스 7개 상품과 가정배달용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 2개 상품의 용량이 10.0∼17.9% 줄었다.
최근 이슈가 된 또다른 슈링크플레이션 제품 10개 중에는 9개 제품이 올해 용량을 줄였다.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 풀무원의 올바른 핫도그 등 핫도그 4종의 용량이 1.3∼20.0% 줄었다.
해당 업체들은 ‘꼼수 가격인상’ 발표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부득이하게 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CJ제일제당은 백설 그릴 비엔나 소시지(2개 묶음)를 640g에서 560g으로 줄였지만 가격은 9480원에서 8890원으로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10g당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8%가량 인상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재료인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20%가량 올라 부득이하게 중량을 조정했다”면서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도 함께 인하했다”고 말했다.
동원에프앤비 관계자는 “양반김의 경우 지난해 기후변화에 따른 병충해로 수확량이 급감해 원초 가격이 30% 이상 인상됐다”면서 “부득이하게 양을 조정했지만 앞으로는 정부 정책 방향에 맞게 지속적으로 개정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적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연중 다양한 할인 패키지(6·8팩) 상품을 선보이는데 묶음의 경우 낱개 제품 대비 20~30% 싸다”면서 “특정 할인 패키지의 할인률이 줄어든 적이 있었는데 향후에는 소비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우유 측은 체다치즈 용량을 10% 줄인 데 대해 “타사는 이미 치즈 1장당 용량이 18g이었지만 원가 부담이 커져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용량을 기존 20g에서 타사와 동일하게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소비자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용량 축소를 통해 가격을 올린 제품 등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또한 정부는 용량을 줄였을 경우 포장 겉면에 표시토록 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연내에 대형마트, 백화점 등 주요 유통사와 모니터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식품과 생필품 용량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