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서 대부분 억울하다는 주장뿐”
“떳떳하게 책임 인정하고 수사받으라”

지난 7월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연합뉴스
해병대 고 채모 상병과 지난 7월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에 투입됐다가 함께 급류에 휩쓸렸던 생존병사가 14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지금이라도 떳떳하게 자기 책임을 인정하고 수사받으라”고 했다.
해병대 생존병사 A씨(예비역 병장)는 이날 군인권센터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임 전 사단장이 군사법원에 제출했다는 진술서를 봤다”며 “188페이지나 되는 진술서 어디에도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이나 미안하다는 말이 없던데 참 씁쓸하다”고 했다.
A씨는 “진술서 대부분이 자신이 억울하다는 주장이었다”며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저를 맹비난했다. 제가 같이 작전에 투입된 다른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헌신적인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채 상병의 고귀한 희생을 폄훼하는 명예훼손을 했다고 써놨다”고 했다.
A씨는 “사고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로서 진실을 밝히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단장을 고소한 것”이라며 “나 또한 작전에 투입됐던 사람이고 수해를 겪은 주민들을 위해 했던 고생을 스스로 깎아내릴 이유가 없다. 다만 우리의 피땀을 왜 사단장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엉뚱한 방법으로 동원하다가 소중한 전우를 잃게 만들었는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병사라서 군대를 잘 몰라서 그런다는 말도 있던데 되묻고 싶다”며 “사고가 난 날은 사단장이 시찰하러 온다고 다들 긴장해 있던 날이었는데 그런 날 대놓고 사단장의 명령을 어기고 무리하고 위험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대대장이 존재할 수 있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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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A씨는 “이 사람이 제가 사랑했던 해병대를 그만 우스꽝스럽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수사기관과 국회가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채 상병 사고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던 A씨는 해병대를 전역한 직후인 지난 10월25일 임 전 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