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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KBS는 1987년 이전으로 회귀하려는가

KBS에 역사 회귀 움직임이 있다. 박민 사장은 국장임명동의제와 그 방식을 규정한 단체협약 규정을 보충협약을 통해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장임명동의제가 사장의 인사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는 이유다. 위법성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언론이 제 기능을 하려면 언론의 내적 자유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사라져야 하는 것은 물론, 진실의 현장을 취재한 언론인들의 양심을 포기할 것을 강요하는 내부 협력자의 부당한 요구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1987년 이전 독재 정권 시절 언론인들은 정론직필을 포기하고 내·외부 압력에 따라 곡필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인들에겐 굴종의 세월이었을 것이다. 1986년 월간 ‘말’지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은 독재정권의 언론 장악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보도지침에 숨은 또 하나의 진실은 정권 요구에 부응했던 사장을 비롯한 내부 협력자들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언론 자유는 외적 자유 못잖게 내적 자유의 보장을 필요로 한다. 직업적 신념에 따라 진실을 알리려는 언론인의 자유 보장이 필요하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의 권리이지 언론사의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87년 이후 언론계에서는 내적 자유 보장을 위한 편집, 편성권의 자율성을 주장해왔다. 그 핵심이 취재보도제작 실무책임자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갖는 것이다. 국장 추천제, 중간평가제 그리고 임명동의제 같은 것들이다. 언론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KBS, MBC 같은 공영방송사를 비롯해 YTN, SBS, MBN 등 많은 방송사에서 단체협약으로 임명동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방송사만이 아니다. 연합뉴스,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아시아경제 등 여러 신문사들도 임명동의제를 단체협약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대표 공영방송 KBS에서 외려 이를 없애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그럼 많은 언론사에서 단체협약으로 채택하고 있는 임명동의제는 위법한 것인가? 대법원은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관련된 것으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은 단체협약의 대상(대법원 2003·12·26 선고 2003두8906)이라 판결한 바 있고, 경영권에 해당하는 것도 노사가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합의하면 단체 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4·3·27 선고 2011두20406)고 판결한 바도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MBC와 관련된 재판에서 방송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가 있다. 또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보장을 규정한 방송법 4조는 4항에서 방송 내부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종합편성 또는 보도전문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 제작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고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일방적, 인위적 개입을 금지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따라서 KBS는 방송법에 따라 2001년 편성규약을 제정했고, 사용자의 동의 아래 2019년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그리고 그 구체적 실행은 단체협약에 따르도록 했다. 2019년 임명동의제 도입 시에는 방송법과 KBS 정관에 명시된 이사회의 기능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이사회에 보고까지 했다. 방송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공정성을 위한 장치를 법적 근거에 따라 사용자의 동의를 거쳐 단체협약에 명시한 것이다. 합법적 절차를 거친 역사의 진전이다.

그런데 박민 사장은 왜 가장 상징적인 임명동의제를 없애려 애를 쓸까? 혹시 견제받지 않는 인사권을 확보하여 내부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보도를 강행할 국장을 임명하고 싶은 것일까? 1987년 이전의 KBS로 회귀하고 싶은 것일까?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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