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7일 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18일 오전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다. 한·미가 내년에 핵 작전 연습을 처음 실시키로 하며 확장억제 강화를 구체화하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남북 간 ‘핵·미사일 대결’ 위기는 점증하고 있다. 일촉즉발인 한반도 정세의 물줄기를 평화로 되돌리는 일이 시급하다.
한·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에서 내년 6월까지 북핵 위협에 맞서 공동의 ‘핵 전략 기획·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8월 을지·자유의 방패(UFS) 훈련 기간 북한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핵 작전 연습을 처음 시행하기로 했다. 재래식 전력 위주인 대북 방어에 핵전력 운용도 포함된다는 의미다. 북한은 전날 이를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고 비난하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 그로부터 10시간 뒤인 이날 오전엔 ‘화성-18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남한이 사정거리인 단거리 미사일, 미국 본토에 닿는 ICBM으로 한·미 모두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며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용해 한·미·일 공동 대응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한·미·일은 연내 미사일 실시간 경보정보 공유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이라고 비판하는 북한이 추가 무력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북한은 남한에 대한 전술핵 공격을 위협하면서 고체연료 ICBM, 전술핵공격잠수함, 군사정찰위성 등 신형 무기를 선보였다. 이에 한국은 미국과 핵우산 강화 등 확장억제 체제 강화로 맞섰다. 남북은 지난달에는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5년 만에 군사분계선 일대에 화력을 재배치했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상시화되면서 우발적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매우 우려스럽다.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흐른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그런데 남북은 마주 보고 질주하면서 먼저 브레이크를 걸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과,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밀착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중재자도 없다. 결국 당사자인 남북이 풀어야 한다. 당장 대화를 하기 어렵다면 무력 충돌이란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냉정을 되찾고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내 정치적 이유로 남북관계를 악용하지 말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 외교적 노력도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