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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대란과 절반의 분권

입력 2023.12.18 20:12

수정 2023.12.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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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가 2024년도 지방교부금을 11조6000억원 이상 삭감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신호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앙정부에 의존하던 비수도권 지자체의 세입이 줄면 매년 증가하던 지자체의 예산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가 사는 곳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최초로 전년 대비 본예산안 규모가 줄어서 올해 당초 예산보다 244억원이나 줄어든 예산안이 편성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지자체만이 아니다. 지방교육청의 사정도 마찬가지라서 전국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7조원 이상 줄었다. 심지어 이 줄어든 예산에서 7000억원 이상을 디지털 교육에 쓰도록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까지 국회 본의회에 부의되어 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예산 없이 실행되는 사업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의 재정상황은 심각한 위기다.

교부금 삭감 대안 제시하지 못해

그런데 지방교부금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선심 쓰듯 주는 돈이 아니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르면, 지방교부금은 법에 따라 지자체의 행정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교부하고 그 재정을 조정함으로써 지방행정을 건전하게 발전시킨다는 목적을 가진 제도이다. 즉 현실적으로 지자체 행정의 기본적인 운영능력이 취약할 뿐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농촌의 재정능력에 큰 격차가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정부는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능력을 보완할 뿐 아니라 지자체 간의 재정격차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의무를 진다. 지방교부금은 국가의 균형발전과도 긴밀하게 연계되기 때문에, 지금의 재정대란은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는 교부금 삭감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방교부금의 규모는 중앙정부의 재정능력과 무관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12월호’에 따르면 2023년의 국세 수입은 2022년보다 50조4000억원이나 줄었고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각각 23조7000억원, 14조6000억원, 5조4000억원 감소했다. 세수가 감소한 것은 맞지만 이것은 중앙정부의 조세정책이 실패한 탓인데 재정능력이 더욱더 열악한 지자체들부터 피해를 입게 생겼다.

사실 지금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지방의 현실을 생각하면 지방교부금의 규모는 더욱더 늘어나야 옳다. 지방예산의 역할은 단순히 행정운영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지방예산은 소득재분배와 경제안정화, 자원배분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지방예산은 주민의 기초생활과 기본적인 복지를 보장하고 지역경제를 안정화시키고 활성화하며 생활인프라와 같은 공공재를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교부금이 줄어드는 만큼 지방예산이 맡는 역할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지방소멸이 온다며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필요한 지원은 방치된다.

재주는 지자체가, 돈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계속돼온 비판은 행정분권만 진행되고 함께 진행돼야 할 재정분권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후보 시절 분권형 국가를 만들기 위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6 대 4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다 기재부의 반대에 부딪히자 2022년까지 7 대 3으로 만들겠다고 후퇴했다. 하지만 2023년에도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7.6 대 22.4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의 지방세 항목이나 교부금 비율로는 지자체의 재정능력이 개선되기 어렵다. 심지어 지자체가 목을 매는 관광 중심의 정책에서도 관광객 증가에 따른 부가가치세 증가분은 중앙정부가 챙긴다. 지방세가 부족하다는 게 알리바이가 되어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자체 세수조차 제대로 챙기지 않고 토호들의 호주머니를 챙겨주기에 바쁘다.

지자체들의 재정운용에 문제와 낭비가 많기에 중앙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반대도 있다. 그렇지만 4대강 사업이나 각종 신규 공항 사업, 난개발 사업에서 드러나듯 예산을 낭비하고 비리를 일삼는 건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주민들이 감시, 감독하고 문제를 책임질 수 있는 지자체의 상황이 특히 더 나쁘다고 말할 이유는 없다.

프랑스의 경우 경상비 교부금을 결정하는 곳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참여하는 지방재정위원회이다. 한국의 지자체들은 공동결정은커녕 중앙정부에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그 앞에 머리를 숙이기에 바쁘다. 제 몫도 챙기지 못하는 지자체들이 무슨 자치를 하겠는가.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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