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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입력 2023.12.21 20:38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 아버지와 아들

트렘펫은 가장 높은 음을 내는 땡초 같은 금관악기다. 얼마 전 감동적으로 본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는 조금 서글픈 일화도 있다. 모리코네가 음악에 입문한 건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 덕분이다. 어느 날 어머니의 말씀. 얘야, 아버지도 함께 연주하면 안 되겠니? 아들은 아무 대꾸를 않는다. 늙은 아버지와 젊은 아들. 이제 함께하기에는 실력의 차이가 생겨버렸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마에스트로>는 부자(父子) 음악가의 영화다. 집에서는 식구이지만 밖에서는 꿈의 무대를 두고 은근히 경쟁한다. 둘 사이에도 시기와 질투, 두려움과 동정심이 있다. 유명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내정된 아들. 그런데 그만 아버지에게로 잘못 전화가 가서 벌어지는 이야기.

너무나 유명한 화가인 피카소의 본명은 단어가 20개, 철자는 무려 103개나 된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장난이 아니라서 그는 어머니의 성(姓)인 ‘피카소’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도 있다. 서성(書聖)으로 일컫는 왕희지에게는 일곱 아들이 있었다. 그중 서예의 재주를 가장 많이 물려받은 건 막내 왕헌지. 사람들이 짓궂게 아버지하고 누가 더 낫냐고 물으면 냉큼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물론 제가 낫지요. 호사가의 입방정이 들어갔겠지만 이렇게 부모와 자식도 세상은 자꾸 줄 세우려 한다.

집집마다 반찬이 다르듯, 가족들의 관계도 다 다르다. 이름난 고전은 부자간의 긴장과 갈등을 많이 다룬다. 서로의 인정 투쟁으로 시작하여 대립과 독립의 과정을 거쳐 화해로 이어지는 소설들. 이런 부자의 어긋남은 조손(祖孫)에서 회복되기도 하는데 누구는 이름의 항렬에서 그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서로 어긋난 항렬의 위치는 대를 건너 같아지며 비로소 서로를 보는 객관적 거리를 가진다는 것. 많은 이들이 아들보다도 커가는 손자에게서 자기 옛모습을 본다고 실토한다.

위에 적은 내용은 영화나 책에 나오는 것이고 나의 경우는? 생전 부친과의 관계를 떠올리다가 새삼 안 사실이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왜 아들 입장에 자꾸 서려는 것일까. 나이도 아주 이슥한데, 아버지가 된 지도 이미 오래인데, 나는 왜? 어른 되기가 이리도 어렵다고 하기엔 배꼽은 진즉에 폐허가 되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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