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악화에…은행 건설업 연체액 2년 만에 3배로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중소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채권 5배 급증 ‘불안’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건설업종의 주요 은행 대출 연체액이 2년 만에 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 부실 사업장 정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이 2021년 말보다 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건설업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23조2387억원으로 지난해 말(20조3915억원)보다 14%, 2021년 말(15조9704억원)보다 46% 증가했다.

건설업 대출의 연체액은 올 11월 말 기준 1051억원으로 지난해 말(524억원)의 2배, 2021년 말(330억원)의 3.2배 수준이었다. 연체율도 지난달 말 0.45%로 지난해 말(0.26%)과 2021년 말(0.21%)보다 큰폭 높아졌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건설업종 연체율이 올 9월 말 0.83%로 전체 13개 업종 중 가장 높았다. 1년 전보다 0.3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상승폭 기준으로는 연체율이 0.27%에서 0.77%로 높아진 숙박·음식업(0.50%포인트) 다음으로 컸다.

한은 역시 대출의 부동산·건설 관련 부문 집중 문제와 부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3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건설·부동산업의 연체율은 올 2분기 말 1.75%로 전체 기업 연체율(1.59%)보다 0.16%포인트 높았다. 건설·부동산업 연체율은 2021년 말까지는 전체 기업 연체율보다 낮았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상승폭이 커졌다.

시중은행이 건설·부동산업 연체율 상승에 주목하고 있다면 중소·지방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19일 ‘저축은행 업계 사각지대 점검’ 보고서에서 신평사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저축은행 47곳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이 6.5%로 2021년(1.3%)보다 5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47곳 중 43곳은 자산규모가 1조원 미만이고, 29곳은 5000억원 미만이다. 30곳이 지방에서 영업 중이다.

자기자본 대비 PF 대출과 건설업(브릿지론 포함 추정) 비중이 100%가 넘는 저축은행은 30곳이이었다. 이 중 4곳은 200%를 상회했다.

정호준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분석 대상 저축은행은 대부분 중소형사이고 지방 영업 비중이 높으며 PF·건설업 비중이 높아 신용등급을 보유한 대형 저축은행보다 부동산 경기 악화나 지역 건설사 신용 위험(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면서 “대주주의 지원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보수적인 자본비율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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