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7일 열렸지만, 방통위 정상화에 대한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전답변서에서 ‘비정상적 2인 체제’를 유지할 뜻을 내비친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도 “불가피한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2인 방통위 결정을 무효화한 고등법원 판결엔 “법원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고집했다. 청문회 내내 ‘제2의 이동관’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지 못한 것이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5인 합의제 기구’라는 대원칙을 무시하고 대통령 추천 두 명의 위원만으로 박민 KBS 사장 후보 임명제청 의결을 하는 등 전횡을 휘둘렀다. 하지만 국회에서 위헌·위법 행위를 근거로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위원장직을 던져버렸다. 권익위원장에서 불과 5개월 만에 방통위원장직으로 지명된 김 후보자는 이미 공영방송 장악에 간여했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먼지털기식 조사를 빠르게 밀어붙여 방통위에 결과를 통보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KBS의 프로그램 물갈이 논란, YTN 민영화 시도 등 민감한 현안에는 구체적 답변을 피해나갔다. 시종일관 “법 규정대로 하겠다” “절차대로 하겠다”고 얼버무렸다.
장관급 위원장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기능도 유명무실했다. 과거 김순경 살인 누명 수사 의혹, 다스 부실 수사, 전관예우, 10년간 49억원 재산 증가,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의혹 등은 자료 제출 미비나 증인 채택 불발 등으로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 김 후보자 스스로 검사·변호사 시절 방송·통신 분야를 다룬 적이 없다고 답했을 정도로 무경험은 치명적인 부적격 사유다. 방송의 ‘ㅂ’, 통신의 ‘ㅌ’도 모르는 김 후보자가 격변하는 미디어 시장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가짜뉴스 단속이 방통위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그의 답변은 비전문가 검찰 출신이 방통위를 이끌게 한 윤석열 정부 의도를 드러냈다. 그럴수록 국정 요직을 장악한 ‘검사공화국’ 비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인 ‘아는 형님’이 방통위 중립성과 독립성을 굳게 지킬 것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방통위 5인 합의 체제부터 우선 정상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