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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시민단체 “정부가 독도 영토분쟁화 앞장···정권의 역사인식 반영된 구조적 참사”

입력 2023.12.28 16:36

국방부가 5년 만에 발간한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국방부가 5년 만에 발간한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국방부가 5년 만에 발간한 정훈교육 교재에서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이라고 표기한 것을 두고 역사·외교 전문가들과 시민단체가 “우발적인 일이 아닌 현 정부의 왜곡된 인식을 보여주는 구조적 참사”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선 이슈에서 윤석열 정부가 보인 일본친화적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스로 독도를 ‘분쟁 지역화’했다고 비판했다. 그간 정부의 공식 입장은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로 분쟁 지역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28일 “일본을 분쟁지역으로 규정하는 건 일본의 전략”이라며 “국제적으로 독도를 한일간의 분쟁지역으로 보는 시각도 분명 있다. 이들에게 한국 정부가 ‘독도 영토 문제에 여지를 남긴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도가 자기들 땅이라는 일본의 주장에 반박하는 것과 독도가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 공언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인데 국방부가 큰 실수를 했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실수로 봐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일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정부 정책 기조가 바탕에 있다는 것이다. 정은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사무국장은 “정부가 한미일 군사협력을 정례진행하겠다고 하면서 일본 자위대가 국내 영토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일본 정부가 그려놓은 시나리오 대로 움직이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단순 실수가 아니라 맥락상 예상됐던 일이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예고편”이라고 했다.

정병욱 역사문제연구소장은 “정부가 지금껏 과거사 문제를 정권의 이익 문제로 접근해왔다. 지금은 영토문제에도 그런 인식이 반영된 것 같다”면서 “정권이 과거사나 영토문제는 정권이 좌우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국방부가 5년 만에 발간한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임진왜란기를 설명하는 페이지에 독도가 없는 지도가 삽입돼 있다.

국방부가 5년 만에 발간한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임진왜란기를 설명하는 페이지에 독도가 없는 지도가 삽입돼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외교·안보 정책 결정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지금까지 정부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민적 합의나 민주적 절차를 건너뛰고 독단적 결정을 해왔다.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제3자 변제를 추진하는 것과 북한과의 9.19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 대표적”이라며 “그러니 이번 사태처럼 국민적 인식에 반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에도 역사문제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내의 합의나 통합을 유지하는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극우적 인식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 교수는 “신 장관이 후보자 시절부터 12·12사태에 대해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극우적 인식을 보여왔다. 결국 국방부 하위 직원들이 신 장관의 눈치를 보다가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국방위에서 인사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신원식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국방위에서 인사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시민단체들은 “이번 일은 단순 실수가 아닌 예견된 사고이자 국기문란 행위”라며 국방부 장관 경질 등을 요구했다. 한일평화포럼은 이날 성명에서 “독도를 댜오위다오(일본 이름 센카쿠열도), 북방 4개 섬과 똑같이 ‘분쟁 중’인 지역으로 표기한 국방부 교재는 정부의 일관된 방침을 부정하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영토 주권을 최일선에서 수호해야 할 국방부의 경악할 매국 친일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신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겨레하나는 “독도의 분쟁지역화는 일본이 바라던 바다. 이번 사건은 독도를 한국이 스스로 분쟁지역화 한 참사”라며 “역사의식도, 영토수호 의지도 없는 국방부가 어떻게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나. 신 장관은 장관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영토 수호의 직접적인 임무를 가진 국방부에서 그 독도를 영토분쟁지로 표현하고, 같은 교재에 등장하는 11개의 지도 중에 한 번도 독도를 표기하지 않았다니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일정책에서 이미 예견된 ‘사고’다. 국방부 장관 경질, 식민지배 청산 역사 교육 강화를 요구한다”고 했다. 흥사단 독도수호본부도 “국방부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정부는 책임자 처벌 및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국방부와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다른 정권에 ’안보위기‘ 운운하더니 정말 안보위기를 부르는 정권은 현 정권 자신들”이라며 “국방부 장관을 당장 잘라야 한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들은 ‘일본 국방부인지 우리나라 국방부인지 분간이 안 간다’ ‘대통령실의 의중을 확인 않고 국방부가 단독으로 저런 결정을 했을리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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