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두고, 친이재명계인 정성호 의원이 3일 “국민들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책임이 없는지 우리 정치권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정치현실을 감안할 때 공감되는 말이다. 정치세력이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험한 말로 적개심을 부채질하는 증오의 정치가 이번 테러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표에 대한 테러는 민간인이 저질렀다. ‘이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는 60대 남성의 범행 동기와 배경은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규명돼야 한다. 이 남성이 어느 당의 당원이었는지, 정치적 성향이 어떠한지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일부 보수 유튜버는 제1야당 대표가 경정맥을 다쳐 2시간 넘게 수술받았는데도 자작극이니 조작이니 함부로 얘기하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충격적이고 심각한 테러 사건에 음모론이 판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중대한 민주주의 위협’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정치가 역대 최악이라는데 국민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인다. ‘비호감 대선’에서 가까스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랐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을 ‘범죄집단’ ‘반국가세력’으로 적대시하고, 검찰·감사원을 앞세워 전방위 수사·압박을 해왔다. 대통령은 거대야당의 입법에 거부권으로, 야당은 국무위원 탄핵소추로 맞섰다. 여야가 극단적 진영 정치를 하면서 상대는 척결해야 할 악마가 됐다. 저주의 언어는 날로 강도를 더했다. 죄책감도 없다. 막말을 해도 책임지기는커녕 강성 지지층은 박수를 쳤다. 정치판에서 일상이 된 혐오와 증오를 강성 지지층이 빼닮았다. 막말을 퍼붓는 걸 넘어 물리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른 것 아닌가.
극단의 정치를 종식하려면 우선 정부와 정치권이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야말로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는 근본적 해결책이다. 거대 양당이 독점하는 정치 구조를 다당제가 가능토록 선거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야는 평소에는 죽기 살기로 공격하면서도 기득권을 챙기는 데는 찰떡 공조를 하고 있다. 현행 선거제론 극단적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우려가 크다.
22대 총선은 향후 4년의 국가 운명을 좌우할 정치 구조를 만들게 된다.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여당은 야당심판론을 앞세운다. 하지만 심판받을 대상은 여야를 떠나 막말로 혐오를 조장하는 부끄러운 정치여야 한다. 최소한의 품격조차 갖추지 못한 정치인에게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주어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