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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양육비 안 준 ‘나쁜 부모’ 신상 공개한 배드파더스 대표, 유죄”

입력 2024.01.04 10:27

수정 2024.01.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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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재판

1심 무죄 선고 → 2심에선 선고유예

2018년 후 ‘명예훼손 사건’ 중 첫 확정

‘배드파더스(Bad Fathers·현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씨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된 4일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구 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드파더스(Bad Fathers·현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씨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된 4일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구 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혼 후 아이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사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적절한가.’ 4일 대법원은 ‘적절하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얼굴·직장명 등을 공개해온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대표 구본창씨의 유죄를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공적 관심사이지만 미지급자 개인의 신상을 과도하게 공개하는 것은 사적 제재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봤다. 배드파더스 설립 이후 제기된 명예훼손 형사사건 중 처음 나온 확정 판결이다.

“아이들 생존권 위해” ‘나쁜 부모 저격수’ 된 구본창씨

‘나쁜 부모 저격수’. 구본창 대표를 따라다니는 여러 수식어 중 하나다. 그는 2018년 7월부터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들에 대한 제보를 받아 얼굴·직장명·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공론화하고 아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벌인 활동이었다.

파급력은 컸다. 2021년 10월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문을 잠시 닫기 전까지 1000여건의 양육비 문제를 해결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이 이행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개정 시행령은 양육비 미지급 채무자의 이름, 생년월일, 직업, 근무지, 양육비 채무 불이행 기간, 채무금액 등 6개 항목을 공개하고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 등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여성가족부가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본 구씨는 현재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이란 사이트에서 여전히 신상공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파급력만큼 위험부담도 커졌다. 구씨에게는 협박이 끊이지 않았다. “칼 잘 쓰는 동생이 있다. 사진을 내려라”는 문자도 받았다고 한다. 법적 대응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구씨는 결국 2019년 5월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죄로 기소됐다.

명예훼손죄 성립 두고 엇갈린 1·2심··· 대법원 “유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선 무죄 판결이 나왔다. 배심원 7명 전원이 구씨가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도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얼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하는 것은 비방 목적이 있는 사적 제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구씨가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제도 마련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보류했다가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주된 목적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해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취지로서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했다. 또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는 공적 관심 사안이 아니며, 얼굴 사진·구체적인 직장명·전화번호 등 상세한 개인정보가 공개되면 피해자들이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현저히 크다고 했다.

2심 결과에 “참담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던 구씨는 이날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현재 한국에선 양육비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기로 작정하면 얼마든지 안 줄 수 있게 돼 있다. 소송만으로 양육비 미지급을 해결하는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젠 양육자들에게 선택권이 넘어간 것 같다. 내 아이의 생존권을 위해 소액의 벌금형을 감수하고서라도 싸울 것인지, 아니면 그냥 포기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구씨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에 무관심한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뒤 (미지급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서 받아내는 선지급제를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한부모 가정들에게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고 그에 대한 설명이나 양해를 구하는 절차도 없었다”고 했다. 또 “현재 국회에 양육비 이행절차 간소화 법안도 다 발의돼 있는데 여전히 계류 중이다. 정치권이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말했는데 처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논란 재점화

구씨가 사이트에 올린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정보는 전부 사실이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처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그 내용이 사실이라도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몇 없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일본 등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있지만 성립요건을 제한한다.

2심 재판부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 여부가 이 사건의 대전제가 된다”면서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잠정 중단했는데, 헌재는 2021년 2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있는 점을 합헌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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