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개발 규제 대폭 완화, 공공부문 투자 확대 투트랙
전국 미분양 주택 5만여 가구인데 개발 더 늘린다는 정부 비판
![[2024 경제정책방향] 미분양 쌓이는데…정부, 비수도권 개발이익 늘려주기로](https://img.khan.co.kr/news/2024/01/04/news-p.v1.20240104.245f92f8724d48feae4de7d432f21eac_P1.jpeg)
정부가 침체된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비수도권 개발부담금을 올해에 한해 없애기로 했다. 아파트 등 대형 개발 사업을 벌일 때 부과하는 학교용지 부담금은 도입 이래 처음으로 50% 깎아준다.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민간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것인데, 가뜩이나 과잉 개발로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지역의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은 민간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담겼다. 개발사업, 정비사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절차를 단축해주며 위기 사업장은 공적 자금을 빠르게 집행하는 식이다.
먼저 비수도권 개발부담금이 올해 한시적으로 전면 폐지된다. 개발부담금이란 토지개발로 발생하는 개발이익 중 20~25% 가량을 환수하는 제도다. 토지에 대한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에도 비수도권 개발부담금 대상 기준을 완화한 조치를 내놓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폐지해 지방의 개발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100세대 이상 규모의 주택건설사업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은 1995년 도입 이래 처음으로 50% 감면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거듭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의지를 내비치자, 이에 맞춰 전방위적 정비 사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최종적으로 부담한 학교용지부담금은 17억원 가량인데, 향후 정비사업은 이같은 부담이 50% 줄어든다.
정비사업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 인·허가에 통합심의를 의무화하는 조치가 시행된다. 또 정비사업 의결 때 온라인 총회 등 전자적 방식을 도입한다. 민간 공동주택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시행일은 2025년으로 1년 유예된다. 준(準)조세 성격의 법정부담금 91개도 원전 재검토해 경감 방안을 마련한다.
전문가들 “지방 과잉개발 부작용 우려”…개발부담금 폐지 등 비판
하지만 지방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특혜는 지방의 과잉개발과 이로인한 공급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1만465가구로 전년보다 47.2%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5만7925가구)의 18%가 다 짓고도 안팔리고 있다는 의미다. 미분양 주택은 대부분 비수도권에서 쌓이고 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오히려 과잉 개발로 분양가만 오를 수 있다”며 “공실률이 심각한 지역들이 전국에 많은데 여기서 개발부담금까지 없애면 업자들만 이익을 가져가고 일반 시민들 피해는 커진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도 “비수도권 개발부담금은 수도권에 비해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아 현장 변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투기가 가능하다는 일종의 사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규 택지 발굴을 추진하고 지구계획 절차를 개선해 공급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인천계양, 고양창릉 등 3기 신도시는 주택 착공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지역주택도시공사 지분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공공분양주택 뉴:홈은 올해 중 9만호 이상 공급을 하고 1만호 사전청약을 실시한다.
PF사업장 85조원 조기 투입해 연착륙 유도
한편 정부는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 우려가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사업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지원책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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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현재 운용 중인 85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조속히 집행한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건설사를 벼랑 끝으로 내몬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채무인수’는 PF대주단 협약을 통해 대주단과 시공사 간 책임을 분담하게끔 정부가 독려하기로 했다. 채무인수는 건설사가 책임준공을 하기로 약정산 사업장에서 기한 내 완공하지 못할 때 금융사 채무를 인수하는 걸 말한다. 하지만 정부 중재는 권고 수준에 그쳐 실질적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건설공제조합이 건설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출시할 책임준공보증(6조원) 집행 시점을 앞당긴다. 또 4조원 규모 비주택 PF보증을 신설하고 4000억원 규모 건설사 특별 융자를 통해 위기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난에 처한 일부 사업장 중 사업성이 있는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정상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민간이 공동출자한 PF정상화펀드 내 프로젝트금융회사(PFV)가 위기 사업장을 매입하면, 2025년까지 취득세를 50% 감면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