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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사람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 생각하는 사람

아주아주 오래전, 차인태 아나운서의 차분한 음성으로 <장학퀴즈>에 이런 난센스 문제가 나왔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다리를 꼴 때 왼쪽일까요, 오른쪽일까요. 벌거벗은 그 사람이 팬티조차 입지 않은 건 분명히 알겠는데 헷갈렸다. 아무리 생각에 몰두했더라도 최소한 부끄러운 그곳은 감추고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사람, 참 복잡한 동물이다. 가슴도 난해하지만 더 시끄러운 곳은 따로 있다. 시가 여기에서 나온다면 소설은 거기에서 나오는 것. 인간사의 복잡다단이 다 그곳으로부터 유래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천하의 조각가도 일단 그곳을 가렸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생각이야 내가 하는 것. 돼지저금통처럼 깊숙이 간직하고 있다가 언제나 꺼내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그간 생각을 안 해서 그렇지 작정하고 깊이 궁리하면 제법 그럴듯한 경지에 도달하고, 이제껏 세상에 없던 희유한 생각 하나쯤이야 일도 아니라고 믿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저 자동으로 하루를 꾸리고, 오래된 습관이나 저절로의 버릇에 기대 살아온 게 그간의 이력이었다. 더러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내 다른 생각에 그 생각은 묻혀버렸다.

아차, 하는 사이에 세상은 빨리 변하는가 보다. 전에도 그런 생각이 찾아오긴 했으나, 무의식의 습격과 로봇의 출현 이래로 더욱 가관이다. 이제 내 생각의 주인이 나라고 주장할 근거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올해도 신문마다 전통의 신춘문예 사이로 챗GPT, 인공지능(AI) 등을 다룬 특집 기사로 도배하고 있다. 전문가의 말씀대로라면 이젠 기계가 머릿속을 점령하고 마음마저 호령한다는 거 아닌가.

어느 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가는 길에 파리 로댕미술관에 들러 그 작품을 구입해서 책상 곁에 두고 있다. 짐작하다시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다리를 꼬지 않는다. 지옥의 문에 걸터앉아 그곳까지 훤히 드러내놓고 피와 살까지 동원하여 궁리하고 있다.

지난해를 소쿠리에 담아 기억의 창고로 보내고 또 새로운 보따리를 펼치는 시간. 올해 하고 싶은 일을 공책에 적자, 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이 나타났다. 나는 문득 정글 속의 타잔처럼 막막하고 울적해져서 그 사람의 굽은 등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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