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주민들 대피소로 피신
“군사합의 파기 때부터 불안”
“도발 반복 막을 대비책 필요”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해안포 사격을 한 지난 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나고 자란 김영식씨(72)는 낮 12시쯤 “군부대에서 포 사격 연습을 할 예정이니 오후 3시까지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마을 안내방송을 들었다.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때 육지로 대피했던 김씨는 “또 시작됐구나.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에 바삐 대피소로 갈 채비를 했다. 집문서와 통장, 생필품과 옷가지를 보따리째 챙겼다. 2010년 피난 때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맨몸으로 대피했다가 크게 고생했기 때문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을 겪은 주민들은 서로 모여 앉아 놀란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김씨는 7일 통화에서 “10년이 넘어 겨우 심장 졸이지 않고 살게 됐는데 포 사격에 놀라 대피하던 옛날로 돌아가버렸다”며 한숨지었다.
연일 북한의 포격 소식을 들은 서해5도(연평·백령·대청·소청·우도) 주민들은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섬 밖으로 대피할 방편도 마땅치 않다”며 정부에 주민 안전 확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의 9·19 합의 일부 효력 정지 결정이 북한에 빌미를 줬다는 반응도 일각에서 나왔다. 13년째 연평도에 거주 중인 김기호씨(61)는 지난 5일 대피소로 피하지 않았다. 김씨는 “생업이 바쁜데 어디 대피할 시간이 있겠냐”고 했다. 그는 북한이 쏜 포격량의 두 배 이상인 400발을 대응사격한 우리 군 결정에 “주민 목숨을 담보로 그렇게까지 쏴댈 필요가 있었나”라며 “북한이 아닌 우리 해상에 쏘는 것인 줄은 알지만 혹여나 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7일에도 포 사격 소식을 들어야 했다. 단춘하씨(55)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1월8일)을 앞두고 도발하는 것 아니냐는 기사를 봤다”며 “내일까지 시끄러우려나 싶다”고 했다. 단씨는 포 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이 떠올라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했다.
장태헌 백령도 주민자치회장(70)은 “9·19 군사합의가 사실상 파기될 때부터 불안했다”며 “역시나 이런 일이 바로 나타나니 또 생활이 불편해지겠구나 싶다”고 말했다. 연평도에 사는 박태원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대표는 “지속적으로 도발 형식의 포격전이 벌어질 텐데 정부에 대비책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여객선·어선 통제가 강화돼 주민들의 정주 여건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