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종사자 등을 강제수용했던 서울특별시립여자기술원(구 서울동부여자기술원) 담장에 쳐진 철조망 모습. |SBS 그것이알고싶다(1993. 4. 11.) 방송화면. 진실화해위 제공
1980년대 성매매 종사자들을 단속·수용했던 여성수용시설에서 폭력·감시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인정했다. 여성수용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국가기관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9일 열린 제70차 위원회에서 ‘서울동부여자기술원 등 여성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이 사건은 피해자 등 11명이 윤락 방지와 ‘요보호여자’ 선도를 명목으로 설치된 여성수용시설에 강제로 수용돼 폭력에 방치되고, 의식주와 의료적 처우 등 기본적 생활을 지원받지 못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당시 경찰과 보건소, 행정기관은 피해자들을 강제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었음에도 본인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 수용했다. 당시 법령은 성매매 종사자나 종사할 우려가 있는 여성을 ‘요보호여자’로 규정했지만 이들을 강제 단속·구금할 근거 규정은 없었다.
대부분의 여성수용시설은 자의에 따른 중도 퇴소가 불가능했다. 도망치지 못하게 높은 담에 가시철조망을 둘렀고, 기숙사 등의 창문에는 쇠창살을 달았다. 일과시간 이후에는 외부에서 출입문을 잠그고, 초소까지 설치해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했다. 수용자들은 폭력, 상해, 구타, 가혹한 기합 등 인권침해에 내몰렸고 적절한 의식주나 기본적인 의료적 지원도 받지 못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 피해자 등 11명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국가(보건복지부·서울시·경기도 등)에 권고했다. 진실화해위 측은 “이번 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여성수용시설에 있었던 인권침해를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