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주류 금융’ 진입한 비트코인

최민영 논설위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인 가상자산 비트코인이 ‘주류 금융’에 진입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2022년 상장을 반려한 결정이 법원에서 패소하자 한발 물러난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간접투자 길이 열린 데다 총발행량이 2100만개로 한정된 비트코인 채굴량이 오는 4월 ‘반감기’를 맞아 더 줄어든다면서 최대 2억원까지 가격 상승을 점친다. 이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년여간 200% 급등해 6000만원대에 달한다.

비트코인의 철학이 중앙집권적 국가·기업에 맞선 1990년대 ‘사이퍼펑크’ 운동에서 나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뉴욕 증시 상장은 역설적이다. 개발자 나카모토 사토시(필명)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탈중앙화’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발권력을 독점한 중앙은행이 무제한 양적 완화로 제도권 금융을 구제해온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하며 도전했던 것이다.

첫 거래가 이뤄진 2010년 5월 비트코인값은 3원도 되지 않았다. 2013년에는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빵집이 국내에 등장하는 등 화폐 실험이 잇따랐다. 2017년부터는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불면서 ‘네덜란드 튤립’인지 ‘디지털 금’인지 견주는 논쟁이 불붙었다. 그 후 전 세계에서 알트코인들이 우후죽순처럼 발행됐다.

금융 시스템은 도전자 비트코인에 맞서 재정비됐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가상자산이 법정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에 맞서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나서며 수성에 성공했다. 당초 비트코인에 코웃음 치던 은행들은 비트코인으로 수익창출에 나섰다. 이번 상장으로 최소 수십억달러가 비트코인 시장에 추가로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이 주류 금융에 진입했다기보다는 주류 금융이 비트코인을 삼킨 쪽에 가깝다.

미국에선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의 현물 ETF 출시도 잇따를 것이라고 한다. 비트코인 ETF 투자를 불허하는 한국도 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정부주의 ‘반항아’ 비트코인이 주류 금융에 진입한 파장이 이제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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