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민원을 사주해 언론을 손보려 한 정황이 드러나자 방심위가 이를 덮기 위해 무리수를 연발하고 있다. 방심위 수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반성하기는커녕 제보자 색출에 나서는가 하면 이 사안을 다루려는 회의를 무산시키는 등 ‘위원장 방탄’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진상규명을 요구해온 야권 추천 김유진·옥시찬 위원의 해촉건의안을 의결했다. 잘못을 감추려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몰아내다니 그야말로 ‘적반하장’ 아닌가.
파행은 류 위원장이 가족·지인을 시켜 뉴스타파 등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냈다는 신고가 지난달 접수되면서 비롯됐다. 이에 야당은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류 위원장도 신고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열릴 예정이던 방심위는 올 들어 두 차례 모두 파행했다. 여권 위원들의 방해 공작에 막힌 탓이다. 이날 방심위는 문제를 제기해온 야권 위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해촉을 밀어붙였다. 방심위는 옥시찬 위원이 지난 9일 방송소위에서 위원장에게 욕설을 하고 퇴장한 점, 김 위원에 대해서는 ‘청부 민원’ 안건 관련 정보를 언론에 알린 점 등을 문제삼았다. 회의석상에서 욕설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청부 민원’ 의혹을 뭉개려는 류희림 위원장의 행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해촉건의까지 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방심위는 현재 여권 추천 위원 4명, 야권 추천 위원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해촉 여부는 대통령이 결정한다. 재가될 시 방심위는 일시적으로 여야 4대 1 구도가 된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몫의 위원 둘을 새로 앉힐 경우 여야 균형은 6대1까지 허물어질 수 있다. 방심위 위원을 여야에서 추천하는 이유는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해 공공성·공익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이대로라면 합의제 기관의 취지도 무색해진다.
방심위의 존립 취지를 훼손한 류 위원장이 자리에 있는 한 방심위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위원장 본인의 의혹을 덮기에 급급해 ‘심의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묵과할 일이 아니다.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심의 업무를 수행해야 할 방심위가 제 역할을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류 위원장은 ‘청부 민원’에 대해 사과하고 하루속히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비판 언론을 옥죄기 위해 ‘류희림 방심위’의 꼼수가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국민을 너무 얕잡아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