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파로 수온·해류 변화 진단…‘바닷속 CT’, 다양한 활용 기대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전파를 이용하는 장비인 ‘레이더’는 특정 물체를 탐지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레이더에서 방사되는 전파의 송수신에 걸리는 시간 차이와 수신 전파의 강도를 분석하면 특정 물체의 거리, 크기 등을 자세히 판별해낼 수 있다.

그런데 공기 중이 아니라 물속이라면 어떨까. 레이더 전파를 물속에 투과시키면 불과 수백m도 나아가지 못한다. 전파 대부분이 물에 흡수돼 에너지가 소멸하기 때문이다.

이유가 뭘까.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소 원자는 양전하를 띠고 있는데, 산소 원자는 반대로 음전하를 띤다. 이와 같은 극성 분자는 전자기파의 전기장이 양과 음으로 진동할 때 양과 음의 방향이 서로 뒤바뀌면서 매우 빠르게 회전한다.

바로 이때 분자들끼리 서로 밀고 당기고 충돌하면서 전파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며 점점 물에 흡수된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가전기기다. 이런 현상을 감안할 때 바닷속에서는 공기 중 레이더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소리를 이용한 ‘소나(sonar)’다. 소나를 ‘소리 레이더’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속에서 활용되는 소나는 사방으로 보낸 소리 파동이 특정 물체에 부딪쳐 다시 돌아오는 현상을 이용한다. 돌아오는 소리를 받아 물체를 판별하는 장치인 것이다. 소나는 전파가 아닌 소리를 토대로 물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감지해 낸다.

소리를 이용한 주목되는 또 다른 기술도 있다. 바다를 단면으로 자른 효과를 내 특정 해역의 물리적 특성을 추정하는 기술이다. 이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토모그래피(CT)’, 즉 컴퓨터 단층촬영과 원리가 같다. 커다란 통 속에 사람이 들어가면 사람 몸의 단면을 부분별로 촬영하도록 제작된 첨단 장비다.

바다에서도 이런 기술이 활용된다. 바로 ‘소리 토모그래피’다. 소리 파동을 이용하는 기술로, 먼 거리까지 전달되는 소리의 속력 차이를 이용한 탐지 기술이다. 바다를 수직으로 잘랐다고 가정한 단면에서 수온과 해류의 모양을 알아낸다.

동해 울릉도 앞바다 물속에서 소리 파동을 발생시켜 독도 앞바다에서 이를 수신하면 그사이에서 일어나는 수온이나 해류 변화에 따라 소리 파동의 도달 시간이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술로 과학자들은 국경을 초월해 태평양 수온 변화를 큰 규모로 관측하기 위한 연구를 최근 수행한 바 있다. 태평양 수온 변화 양상을 전체적으로 알게 되면 엘니뇨나 라니냐의 변화를 일상적으로 관측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을 비롯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기후변화도 예측할 수 있다.

해양조사선에서도 이런 기술을 사용한다. 배 뒤편에서 ‘에어건’이라는 소리 파동 발생기를 끌면서 강한 저주파 소리 파동을 발생시킨다. 그러면 해당 소리 파동이 물속을 거쳐 해저면까지 투과한 후 해저면 땅속의 여러 부분에서 반사되면서 센서로 돌아온다. 이를 이용하면 해저면 아래 놓인 지층 구조를 추정할 수 있다. 이 또한 일종의 소리 토모그래피 기술이다.

이처럼 소리를 이용하면 전파를 사용할 수 없는 심해의 어두운 곳을 촬영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기후변화 등 전 세계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바닷속 관측에 소리를 이용한 탐사 기술이 더욱 다양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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