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심의위(수심위)가 지난 15일 이태원 참사 수사팀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하라고 권고했다. 김 청장은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 핼러윈 인파가 몰릴 걸 알고도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수심위 결정을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159명이나 희생된 대참사에서 안전 부실 책임자로 지목된 김 청장을 검찰은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특수수사본부의 전문가 의견수렴 보고서를 보면 김 청장은 사고 위험성을 사전에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해 1월 김 청장을 서울서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으나 검찰은 1년 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4일 직권으로 수심위를 소집했다. 책임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검찰이 여론을 살피며 기소 여부를 수심위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서부지검이 불기소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심위는 이날 참석 위원 15명 중 9명이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외부 전문가들이 수사 계속·기소 처분 여부 등을 심의하는 수심위에서 지금까지 기소를 권고한 주요 사건은 검찰이 모두 수용했다. 검찰이 김 청장을 기소하지 않는다면 기소권 남용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법정에서 정당한 판결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45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법률적·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고, 정작 고위 책임자들은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엄격히 묻는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여전히 많다. 특별조사위 구성을 담은 이태원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직까지 법안 공포를 미루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특조위 조사를 1년 반 동안 하면 국론이 분열될 것”이라며 진상 규명 요구에 독단적이고 소극적인 반대 논리를 폈다.
윤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책임 회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수심위가 김 청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밝혔듯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방지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진실 규명에 한발 더 다가서고 유족들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특별법을 재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