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골 윈즈>는 ‘세계 최악의 축구팀’이라 불리는 아메리칸사모아 국가대표팀의 ‘한 골’을 위한 도전을 그린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축구 국가대항전 최다 점수 차 기록은 2001년 열린 한·일 월드컵 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서 나왔다. 호주와 아메리칸사모아(미국령 사모아)가 맞붙은 경기에서 무려 31골이 터졌다. 아메리칸사모아는 3분마다 한 골씩 허용하면서도 정작 골맛은 보지 못했다. 이 기록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넥스트 골 윈즈>(24일 개봉)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하위’ 아메리칸사모아 국가대표팀의 ‘한 골’을 위한 도전을 그린다. 2011년 실화를 소재로 한 이 이야기는 다혈질의 토머스 론겐(마이클 패스벤더)이 ‘세계 최악의 축구팀’ 감독으로 부임해오면서 시작된다.
아메리칸사모아 축구협회와 팀의 목표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한 골’. 선수들의 실력은 더 소박하다. 기본기가 아예 없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느긋하기만 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들은 일요일 훈련에 나오라는 감독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한다.
팀만큼이나 론겐의 상태도 엉망진창이다. 성질을 주체하지 못해 물건을 내던지다 경기 도중 퇴장당하던 그는 미국축구협회에서 퇴출되기 일보직전이다. 아메리칸사모아에 온 것도 좌천성 인사다.
<넥스트 골 윈즈>는 스포츠 영화의 하위장르라 할 수 있는 ‘잘나가다 삐끗한 지도자와 엉망진창인 선수들의 만남’의 전형이다. 삐걱거리던 지도자와 선수들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장르의 공식도 충실히 따른다.
론겐은 인구가 채 5만명도 되지 않는 이 섬나라에서 선수들이 왜 직업을 2~3개 갖고 있는지, 왜 이곳 청년들이 나은 미래를 위해 고향을 떠나는지 이해하게 된다. 론겐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된 선수들은 그를 믿고 따르기 시작한다.
론겐 감독은 ‘한 골’을 위해 작전을 짜고 선수들을 훈련시킨다. 하지만 선수들은 축구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자이야’(카이마나)는 ‘파파피네’다. 남성의 몸을 가졌지만 성정체성은 여자다. 그는 여성이 되기 위해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훈련에 참여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본격적인 축구 영화라 보기는 어렵다. ‘스포츠를 진정 즐긴다는 것이 무엇이냐’는 <넥스트 골 윈즈>의 질문 역시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개성과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한 등장인물들 때문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팀의 스트라이커이자 ‘파파피네’인 자이야(카이마나)다. 파파피네는 아메리칸사모아에 존재하는 성소수자로,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성 정체성은 여성인 사람을 가리킨다. 자이야의 실제 인물은 월드컵에 출전한 최초의 트랜스젠더 선수로 기록돼 있다.
뉴질랜드 출신인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독특한 폴리네시아 문화를 영화 속에 녹여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세차게 발을 구르고 혀를 내밀며 전통 춤 ‘하카’를 선보이는 장면은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다.
새해를 기분 좋게 열기 제격인 영화다. <조조래빗> <토르: 라그나로크> 등 와이티티 감독의 전작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번에도 마음을 빼앗길 듯하다. 러닝타임 104분. 전체관람가.
<넥스트 골 윈즈>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