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서야 했다. 지난 18일에 발생한 강성희 의원 관련 대통령 경호처의 폭력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이었다. 작년 6월14일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장에서 그들에 의해 같은 식으로 입이 틀어막혀 들려 나와야 했던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나섰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개인이 끌려 나온 게 아니다. 대통령과 행정부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하라는 국회조차 가만히 입을 틀어막고 있으라는 협박과 폭력에 다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충분히 국회의 존재와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그리고 2200만 노동자 가족의 권리보장법인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 역시 국회의 결정을 거부했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과 일명 ‘김건희 특검’ 또한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처럼 거론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상습적인 직권남용이나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국회(의원)의 역할과 기능, 그 결정을 이렇듯 함부로 취급할 바엔 아예 국회도 해산시키고 ‘왕’ 마음대로 해먹고 말지 싶다.
나를 포함한 문화예술인들도 작년 6월14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정체도 모를 괴한들에게 입이 틀어막히고, 손발이 꺾이고, 강금당했다가 끝내는 강제로 들려서 끌려 나왔다. 우리는 그들이 용역깡패인지, 도서전 관리요원인지, 행사가 진행되는 코엑스의 안전요원들인지 알 수조차 없었다. 신원을 밝히라는 거센 항의 끝에 들은 한마디가 ‘대통령 경호처’라는 것이었다.
위증 등 특별법 제정해 조사해야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인과 문화예술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비밀리에 참여한 김건희 여사의 축사를 위한 자리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혐의자인 오정희씨를 홍보대사로 세우기 위한 자리였다. 지난 7년여에 걸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일했던 우리는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 근처에도 있어서는 안 되는 A급 블랙리스트가 되어 무참하게 끌려 나와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이명박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를 실행할 때 최장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통령 문화특보 등으로 일했던 유인촌씨를 국회의 반대를 거부하고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국가폭력을 결행했다. 지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시기 조사권한과 인력, 기한 보장 등이 충분히 되지 않으면서 유인촌씨에 대한 혐의는 충분히 조사되지 않은 미제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유인촌씨는 국회청문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정부 때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위증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도 부정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문화예술인들에게 고소고발을 운운하는 만용까지 부렸다. 국회는 이런 국회 위증과 지난 블랙리스트 사건 실행 혐의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해 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유인촌씨는 여러모로 문체부 장관 자격이 없다. 자신이 이명박 정부의 문체부 장관이었으면서도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 의해 전방위적인 블랙리스트 실행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다면 그 자체로 직무유기, 자격 없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중차대한 일도 공유받지 못했거나 파악조차 못한 무능한 자에게 다시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맡길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유인촌씨가 역사에 대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리를 내려놓고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실행 사건에 대한 연대책임을 시인하고 사회적 사과에 나서야 한다.
정점에는 용산의 대통령이 있다
그 모든 정점에 용산의 대통령이 있다. 국회와 국회의원, 문화예술인들, 언론방송인들, 농민들, 간호사들, 2200만 노동자 가족들, 나아가 이제는 이태원참사 유가족까지 권리를 빼앗고, 입을 틀어막고, 강제로 끌어내어 배제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대통령이 문제다. 대통령 경호처장 한 사람 ‘날리면’ 되는 일이 아니다. 이제는 한동훈도 ‘날리면’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런 경호처장, 그런 정부를 만들고 있는 당신에게 책임이 물어져야 할 일들이다. 당신과 당신의 아내 한 사람의 특권과 무한 권력놀음과 위법행위 등이 지켜지기 위해 정말 수많은 이들이 어렵게 쌓아올린 이 모든 민주주의가 탄압받거나, 함부로 입 막혀 끌려가거나, 무너져서는 안 될 일 아닌가. 대답해 보라. 이런 사소한 질문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