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출퇴근 인구만 130만
버스 노선, 부동산 시세 연계
경제적 이해관계, 변경 난항
각 지자체, 해결안 연구용역
광역버스 입석 부활도 거론
단일 생활권인 수도권 내 이해관계와 정치적 입장차가 교통 문제로 불거지는 모양새다. 도시 연담화로 출퇴근 등 인구 이동량은 급증하는데 과밀·혼잡 해소를 위한 정책 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2일 서울시·인천시·경기도와 국토교통부는 합동 기자설명회를 열고 대중교통 할인 지원에 대한 협력 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국토부 ‘K-패스’와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경기도 ‘더-경기패스’, 인천시 ‘I-패스’까지 대중교통 정기권과 환급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며 경쟁이 붙자 시민 혼란이 커졌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4가지 서비스는 할인 대상과 지역, 사용 가능 범위도 제각각이다. 같은 역이라도 개찰구마다 카드 인식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할인과 혜택을 위한 경쟁마저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선순환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수도권 상황은 녹록지 않은 셈이다.
수도권 대중교통 정책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광역버스 대란이다.
강남대로와 명동입구 등지 버스전용차로에서 나타나는 시속 10㎞를 밑도는 ‘버스 열차’ 현상은 최근 몇년 사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높은 집값 등으로 서울을 빠져나가 인근 신도시로 옮겨간 인구가 출퇴근 시간대 대거 이동하게 된 결과다. 철도 수송량은 단기적 확대가 어려운 현실에서 대안은 버스 운행과 노선을 늘리는 방법뿐이다.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광역버스는 지난해 3월 기준 323개 노선, 하루 3776대로 코로나19 확산 이전 2019년(2956대)과 비교하면 28% 증가했다. 이후 명동 삼일대로의 통행속도는 시속 21.8㎞에서 13.9㎞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2022년 11월 안전 문제로 광역버스 입석이 금지돼 승객 수용을 위한 증차가 이뤄졌다. 이에 서울 진입 광역버스는 321대, 총 578회를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강남대로의 경우 5개월 만에 출근 시간대 17.7%, 퇴근 시간대는 15.5% 늘었다.
문제는 도로 확장이 어려운 서울 시내의 수용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광역버스를 조금 과감하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승하차 인파를 분산하기 위해서는 노선·정류소 변경이 필요하나 경제적 이해관계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버스 노선은 여객회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재산권이다. 출근길 광역버스에 앉아서 갈 수 있는 종점 위치는 부동산 시세에 반영된다. 이에 지자체에서 일방적으로 변경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관계자는 “법원이 버스 노선을 특허로 간주해 버스회사는 노선을 재산권으로 인식한다”고 전했다.
광역버스 노선은 지자체장에게는 정치적 의미도 있다. 선거철 가장 흔한 공약이 노선과 정류소 신설일 정도로 수도권 대중교통망은 주민들의 생활 편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도와 인천·김포·고양·구리·하남시 등 서울 인접 도시의 경우 증차와 노선 신설 요구도 많다. 광역버스 신설·증차에 대한 서울시의 승인율은 오세훈 시장 취임 전후 60%대에서 82%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지자체별 대중교통 지원 정책이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과 수도권 교통 문제를 풀기 위해 2019년 국토부 대광위가 출범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광위는 광역버스 혼잡률을 ‘0%’로 만들고 광역교통 환승 시간을 50%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으나 광역버스 등 교통 대란은 반복됐다.
특히 지자체들과 대광위가 입장 차이를 보이며 갈등관계가 되면 문제는 더 꼬인다. 출퇴근 버스 대란을 두고도 대광위와 서울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입석 금지에 따른 증차를 수용하면서 출퇴근 등 특정 시간대 혼잡도가 급상승했다고 분석한다.
반면 대광위는 충분한 준비 없이 서울시가 정류장 위치를 조정하는 바람에 혼란이 일어났다고 본다. 대광위 관계자는 “광역버스 증차는 서울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시행한 것”이라며 “서울은 광역버스뿐 아니라 시내버스 노선도 많다. (서울시가) 광역버스만 탓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역버스 증차 결정에 대한 대립도 있다. 대광위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광역버스인 M버스는 대광위 직권으로 노선 조정이 된다”고 밝혔다.
경기도~서울을 출퇴근으로 오가는 인구만 하루 130만명 안팎인 상황에서 광역버스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에 혼잡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안으로는 노선별 정류장 위치를 분산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현재 서울시는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주요 정거장에 대해 현장조사 중이다. 새로 진입하려는 노선은 도심이 아닌 사당·양재·잠실·당산·합정 등 외곽 부도심으로 한정해 진입을 조정하는 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외곽 부도심에서 지하철이나 경전철 등으로 환승이 쉽도록 정류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대광위도 지난해 8월 서울 도심 광역버스 혼잡 문제의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 대광위는 광역버스 좌석예약제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광역버스 입석 부활도 거론된다. 성낙문 세종도시교통공사 경영본부장은 “정류소 분산은 혼잡도에는 큰 차이가 없어 입석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광역버스의 고속도로 운행속도를 시속 80㎞로 제한하고, 도로교통법을 유연하게 적용해 승객들이 손잡이 등을 잡을 수 있는 한도로 입석을 운영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