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에 통신업계 술렁…단말기 가격 내려갈지 주목
‘선택약정할인’은 전기통신사업법 이관…소비자 혜택 지속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추진하면서 통신시장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들이 마케팅 경쟁을 일으켜 단말기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통신업계는 정교한 대책 없이 나온 폐지 방침이 고가 요금제 위주로 경쟁을 촉발해 실질적인 소비자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일 통신·유통사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현행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단통법 폐지 시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부문은 ‘선택약정할인(월 요금 25% 할인) 제도’다. 선택약정할인이란 단통법에 근거해 공시지원금 혜택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 1~2년 동안 매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하는 제도로, 가입자 절반가량이 이용할 만큼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선택약정할인은 공시지원금에 상응하는 규모로 산정돼 단통법이 폐지되면 25% 요율을 책정할 근거가 없어진다. 단통법을 폐지하면서 선택약정할인을 어떻게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에 포함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시 해당 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소비자들의 혜택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향후 통신사별로 평균적인 지원금을 추산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받아 규모를 산정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법 조항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싸게 구매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단통법이 시행된 10년 전과 달리 5세대(5G) 통신 가입자가 정체기에 접어든 만큼, 통신사들이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어야 할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보조금 지원 상한선 폐지 이후에도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이 벌어지지 않았다”며 “그때보다 5G 요금제 규제 등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마케팅을 집행하는 데 더 보수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단통법 시행 전 논란이 된 프리미엄 단말기를 앞세운 고가 요금제 중심의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보조금을 모르는 고령자 등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이용자 차별 심화와 대형 양판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등의 부작용도 풀어야 할 숙제다. 시장 경쟁 활성화의 핵심인 제4 이통사와 알뜰폰 사업자를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통사들이 미래 먹거리나 설비에 투자해야 하는데, (단통법 폐지 후) 보조금 등의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