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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파기환송심 김기춘·조윤선 대폭 감형

입력 2024.01.24 21:06

수정 2024.01.2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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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 일부 무죄

국정농단 기소 7년 만형

량 2심 ‘절반 수준’

김기춘(왼쪽) 조윤선

김기춘(왼쪽) 조윤선

박근혜 정부 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운용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85)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58)의 형량이 파기환송심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특검이 2017년 기소한 사건 중 아직도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은 유일한 건이어서 관심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 원종찬)는 24일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 7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차별적으로 정부보조금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판결은 기소 7년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2심 재판에서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20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죄 법리를 더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형법 123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상급자가 ‘직권을 남용’한 것에 더해 하급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김 전 실장 등이 블랙리스트를 운용하도록 한 것은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게 맞으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 각종 예술인 명단을 받거나 공모사업 심의 상황을 보고받은 것은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으로 단정할 수 없어 심리를 더 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었다.

이날 서울고법은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김 전 실장 등의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예술인 명단을 문체부에 보내줘야 하는 법령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사실만으로는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블랙리스트 사건) 전에도 문체부 요구에 따라 공모사업 관련 문서를 송부한 적이 있다는 진술도 나왔었다”면서 “(직권남용죄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고령인 데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박영수 전 특검이 사임해 재판이 지연된 점도 양형에 유리하게 고려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문화예술계에 차별적 지원을 했고, 이에 문화예술인들이 상당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며, 정부의 문화예술계 지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상실될 위기를 초래한 점은 불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사건 파기환송심은 2021년 1월 시작해 3년 만에 재판 결과가 나왔다. 사건을 수사·기소한 박 전 특검이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돼 사퇴하면서 2년6개월의 공백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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