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로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고, 지방 4개 도시권에서도 GTX급 철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정부시청에서 ‘교통격차 해소’를 주제로 열린 여섯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내놓은 대규모 교통망 구축 계획 규모는 134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재원도, 효과도 불투명하다. 국토의 핏줄이자 치밀한 설계가 필요한 철도·도로 개발이 총선용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올해 안에 1기 GTX A노선 일부를 개통하고, B·C노선을 착공키로 했다. 지자체가 비용 부담에 합의할 경우 평택·춘천·아산까지 각 노선을 연장한다. 2기 GTX 신설도 추진된다. 수도권을 가로지르는 D·E노선과 외곽순환 F노선 1단계 구간을 2035년 개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촘촘한 철도망으로 하루 183만명이 수도권에선 30분, 충청·강원권까지 1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광역경제생활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 세계 최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는 등 국가 자원과 인구가 쏠리는 마당에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지방에도 광역급행철도(x-TX)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이 사업비를 50% 이상 투자하는 민자철도 방식이라 현실성은 미지수다.
이날 발표된 ‘철도 지하화’ 사업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분진·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상철도를 지하에 새로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정부는 재정 투입은 않겠다고 한다. 민간사업자더러 지상을 개발해 얻은 이익으로 비용을 충당하라는 것이다. 서울 도심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사업성이 높지 않다. 정부는 약 15조원 규모의 ‘도로 지하화’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목표와 달리 고속도로 정체 해소에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이 추진하던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사실상 해프닝으로 끝난 게 한 달도 안 됐다. 국토균형발전이나 사업 실현성이 고려되지 않은 민원성 개발정책은 총선을 석 달 앞둔 시점에 ‘아니면 말고’식으로 쏟아지고 있는 감세와 규제 완화책과 다를 게 없다. 책임 있게 추진될 정책을 내놓으려면 최소한 재원 마련 고민이 따라야 하나 그마저도 안 보인다. 이런 ‘떴다방’식 정책은 정치혐오만 부추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