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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부른다

“떡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밥 생각이 납니다.”

조선 초량왜관의 근무자, 1719년 조선통신사의 수행자, 그 여정을 함께한 조선 사람 신유한(申維翰·1681~1752)으로부터 ‘일본에서 제일가는 학자’ 소리를 들은 일본인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1668~1755)가 엮은 <교린수지(交隣須知)> 속 한 구절이다. 그의 왜관 생활이 상당히 반영된 이 책의 표제어 ‘떡 병(餠)’에 잇따른 문장이 보신 대로다. 아무렴, 밥 배 따로 별미 배 따로지. 아, 배불러! 해도 ‘디저트’를 감지한 배 속은 알아서 과자 집어넣을 자리를 내어준다. 그러고 보니 유만공(柳晩恭·1793~1869)은 설날 손님맞이상을 받은 세배꾼의 모습을 이렇게 읊었다. “떡국, 꿩고기, 달콤한 강정과 약과(湯餠雉膏甘果)는/ 삽시간에 나와도 또다시 꿀꺽(時供具亦堪嘗).”

예전 세배꾼들은 아침부터 가는 곳마다 과자와 음료를 갖춘 손님맞이상인 세찬(歲饌)을 받았다. 조금씩 차려도 소반을 채운 차림이다. 한데 강정과 약과 덕분에 얼마든지 다시 한 상을 꿀꺽할 수 있다. 과자 한 조각 덕분에 입안도 배 속도 개운해진다. 과자의 달콤함은 소화제다. 꿀·엿·조청·비정제당·정제당 따위는 달콤함에 그치는 식료가 아니다. 본격적인 과자 한 조각이 있고 없고에 따라 상차림의 격식과 모임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강정과 약과는 그런 쓰임을 대표하는 한과이다. 문득 ‘그런 게 어딨냐!’ 하는 여러분의 냉소가 쟁쟁하다. ‘할매니얼’ 또는 ‘할매니얼 오픈런’이라고 했던가? 청년의 복고 유행, 가게 문 열자마자 인기 상품 사 인증하기의 물결 속에서, 최악의 유사강정과 유사약과에 치일 만큼 치인 여러분의 냉소가 쟁쟁하다. 이미 냉소를 내면화한 분들께 굳이 여쭌다.

강정은 찹쌀을 섬세하게 다루는 과자다. 먼저 찹쌀을 물에 담가 일주일쯤 골마지가 낄 정도로 삭혀 가루를 받는다. 그 가루를 꽈리가 일도록 치대 조직감 있는 반대기(재단한 반죽)를 낸다. 섬세한 튀기기와 즙청(汁淸·달콤한 즙액 입히기)이 뒤따른다. 고명은 흰깨·검은깨·누런 콩·푸른 콩·잣·잣가루·송홧가루·튀밥 등 다채롭다. 과자는 눈으로도 먹어야 하니까. 약과는 밀가루를 귀하게 대한다. 반죽에는 참기름, 후추 등이 든다. 여기에 다시 꿀이나 조청·생강즙·청주 등을 더해 치댄다. 접는 방식에 따라, 수분 함량에 질감은 다양하다. 즙청할 때 계피로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반죽과 즙청에 마음먹고 정향과 같은 귀한 향신료를 쓰기도 한다. 지질 때는 낮은 온도의 끓는 기름에서 서서히 지져 품위 있는 갈색을 구현한다. 강정이고 약과고 원래 순도 높은 참기름으로 튀겼다.

그런 게 어딨냐고? 할매니얼 밖에 있다. 오픈런 인증 밖에 있다. 먹방 앞에서 주눅 들고 옹색해진 마음의 밖에 있다. 제 빛깔, 조형미, 과자다운 풍미에 정성을 다하는 손끝에 있다. ‘삭히다·꽈리·치대다·빈대기·고명·반죽·수분·접다·청주·향신료·순도·기름·온도·튀기다·즙청’의 세계에 있다. 돌아보아야 보이는 세계이다. 돌아보자고 굳이 나열한다. 기어코 불러본다.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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