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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세기의 재판’···‘법관들만의 리그’였던 사법농단 1심 선고

입력 2024.01.26 19:30

수정 2024.01.2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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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이익을 위해 재판을 거래했다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1심 재판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26일 재판을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2월 11일 검찰 기소가 이뤄진 지 1811일 만에 나온 1심 판단이다. 2024.01.26./문재원 기자

사법부 이익을 위해 재판을 거래했다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1심 재판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26일 재판을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2월 11일 검찰 기소가 이뤄진 지 1811일 만에 나온 1심 판단이다. 2024.01.26./문재원 기자

“지금 대법원장님 방청객들이 서 계신데요...”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동관 358호 중법정 앞은 정장 차림의 중장년 남성들로 북적였다. 서로 악수를 건네며 “부장님, 잘 지내셨죠” 등의 인사말을 주고받는 이들은 이른바 ‘사법농단’ 1심 선고를 보러 온 전·현직 법관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신광렬·임성근 변호사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었던 유해용 변호사도 있었다. 세 변호사 모두 법관 때의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인물들이다.

삼삼오오 모여든 방청객들이 “언제 들어갈 수 있냐”며 방청권을 흔들어대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원장님 방청객들이 기다리고 계신다”며 초조해하기도 했다. 잠시 밖으로 나온 양 전 대법원장은 몇몇 지인들의 팔을 ‘툭’ 치며 인사했다. 다들 8~9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5년 전인 2019년 2월11일, 양 전 대법원장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 재직 시의 직무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규정해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게 주요 혐의였다. 양 전 대법원장 재직 때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주도한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다.

그러나 이날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세 피고인은 당당해 보였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만 수십개에 달해 이날 선고공판은 4시간26여분간 진행됐다. 재판장이 판결 요지를 2시간 동안 낭독하다 오후 4시10분쯤 이례적으로 10분간 휴정을 선언하자 세 피고인은 방청석에 앉은 지인들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웃어보였다. 100석에 달하는 방청석은 변호인단과 취재진, 방청객으로 가득 찼다.

오후 6시23분. 재판장이 4초간 호흡을 고르고 주문을 낭독했다. “다음과 같이 선고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방청석에선 짧은 환호성이 터졌다가 법원 직원의 제지에 법정은 다시 고요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즉시 재판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랜 기간 재판에 출석하신 피고인들께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재판장은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법정을 떠났다. 고 전 대법관은 변호인에게 다가가 등을 얼싸안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당연한 귀결이라고 본다. 명쾌하게 판단해주신 재판부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는 ‘법정 판단과 별개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입을 다문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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