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유승민 전 의원은 28일 “당을 지키겠다”며 국민의힘 잔류 의사를 밝혔다. 오는 4월 총선과 관련해서는 “공천 신청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등 신당에 합류하지 않고 국민의힘에 남아 총선 이후 정계 개편을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을 포용해 수도권 공천 등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24년 전 처음으로 야당이 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며 “힘든 시간들도 많았지만 이 당에 젊음을 바쳤고 이 당이 옳은 길을 가길 항상 원했으며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이 당은 특정인의 사당이 아니다”라며 “정치가 공공선을 위해 존재하기를 바라는 민주공화국 시민들이 이 당의 진정한 주인이다. 이 분들을 위한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썼다. 그는 “오랜 시간 인내해 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라며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이) 배신자 프레임이 너무 강력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 남는 것은 이 당을 진짜 바로 세우려는 마음이 있다는 걸 증명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선 불출마가 아니라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 요청에 따른 총선 등판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이 경기 등 수도권 열세지역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했으니까 경기도 어려운 지역(험지)에 가면 당도 (유 전 의원을) 포용하는 모양이 되고 유 전 의원도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유 전 의원 전략공천에 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도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다만 유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각을 세워왔다는 점에서 전략공천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총선 이후 여권 재편에 따른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총선 이후 국민의힘 당권을 잡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인내의 시간 아니겠느냐는(불출마 권유)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 정치 많이 본 기사
대선주자급인 유 전 의원의 합류를 기대했던 개혁신당 등 제3지대로서는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유 전 의원의 SNS 글 게시 직후 기자와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의 글을) 못 봤다”며 “(게시 전에) 따로 얘기한 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유 전 의원과 신당 합류 여부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얘기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4일 TV조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유 전 의원을) 모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개혁신당 정책홍보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저와 유 전 의원은 바른정당·새로운보수당·바른미래당 등을 같이 하며 공유한 경험들이 있다. 그런 경험들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란 예측을 해왔다”면서 “당연히 그 뜻을 존중하고 유 전 의원이 선택한 길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