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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15년, 생생하게 남은 폭력들

입력 2024.01.28 20:07

수정 2024.01.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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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생생하다. 2009년 용산참사도 그렇다. 당시 나는 친구들과 한 자취방에 살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 모두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용산에서 불이 났고 사상자가 발생한 것 같다는 문자에 TV를 켜보니 불타는 파란 망루가 보였다. 스산했던 아침, 가슴속에서 기어 나오던 소름이 15년이 흐른 지금도 선명하다.

20대만 해도 15년은 가늠이 안 되는 긴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20대에 경험한 많은 일들이 10년, 20년 전 일이 되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5년이 지났다고 생각하자 몇 가지 사건이 더 떠올랐다. 1995년에는 1980년 광주가 고작 15년 된 일이었구나, 할머니에게 매일 전쟁 얘기를 듣던 1990년대는 할머니가 피란길을 헤맨 지 겨우 30년 된 날들이었구나. 아득하게 여긴 사건들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용산참사 15주기를 앞둔 지난 1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준공 33년차 아파트를 찾아가 ‘안타깝다’면서 “건축 경기가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용산참사 직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발언과 너무나 흡사했다. 전광석화와 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 한다,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던 이명박의 발언 한 달 뒤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세입자들과의 조율 한 차례 없이 벌어진 집요한 철거폭력,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망루에 오른 철거민에게 만 24시간도 되기 전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데에는 ‘빠른 개발’에 대한 정권 차원의 엄호가 있었다.

대통령이 안타까움을 표시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에는 평균 70%가 세입자로 산다(한국도시연구소). 재건축의 경우 재개발과 달리 세입자 대책이 전무한데, 대통령이 나타나 속도만을 주문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적어도 용산참사를 경험한 사회는 알아야 하지 않나. 하기야, 용산참사 책임자인 김석기 당시 경찰청장은 공소시효 만료로 조사와 처벌을 피하고, 국민의힘의 2선 국회의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이 2018년에 있었던 경찰청의 공식 사과를 무색하게 한다.

올해도 1월20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당시 망루에 올라 ‘도심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을 써야 했던 이들은 서로 ‘어이, 테러리스트 왔어?’라며 농담을 담은 인사를 나눴다. 그날 네가 제일 나빴지, 아냐 네가 못났지, 재미로 투닥거리던 사람 중 하나가 무심결에 말했다. 그때 너무 무서웠지, 정말.

뼛속 깊이 남은 공포의 시간을 만든 것은 눈앞의 폭력만이 아니다. 이 폭력을 비호하는 권력과 여기서 흘러나오는 이윤, 이것이야말로 생생하게 남은 폭력이다. 15년, 대통령에게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닐 것이다. 그 시간을 경험한 이들이 이 사회에 살고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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