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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과 난초

입력 2024.01.29 20:20

1862년 1월, 찰스 다윈은 원예가 베이트먼으로부터 마다가스카르에서 자생하는 난초를 선물받았다. 마침 그는 얼마 전 <종의 기원>(1859)을 펴낸 후, 곤충과 식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었다. 난초를 보내준 베이트먼은 “당신의 <종의 기원>에 대한 이론을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이 난초와 곤충 간의 관계가 밝혀지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윈은 소포 속에 들어 있던 난초를 발견하고, “맙소사, 어떤 곤충이 이 꿀을 빨아 먹을 수 있을까?”라고 외쳤다. 꽃 아래쪽 약 30㎝ 길이의 긴 대롱 형태의 꿀샘 관(管)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윈은 난초보다 수분매개체가 더 궁금했지만, 그때까지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난초의 수정을 위해서는 같은 크기의 긴 주둥이를 가진 동물이 존재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물을 미리 예견하다니, 시간과 환경을 바탕으로 생물 변형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그이기에 가능했다.

이를 기초로 그해 5월 <난초의 수정>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연결 고리를 찾지 못했으니 아쉬움이 많았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 마지막 퍼즐이 빠진 셈이었다. 다행히 학문적 동지였던 월리스가 아프리카에서 긴 주둥이를 가진 나방을 보았다며, 다윈의 추론에 힘을 실어줬다.

다윈이 사망한 후 20년이 흐른 1903년, 마침내 그의 ‘진화론적 예측’이 입증되었다. 영국 생물학자 조단과 로스차일드는 마다가스카르에서 난초의 수분매개자인 곤충을 발견했다. 드디어 다윈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 셈이다. 이 곤충은 박각시나방의 일종으로 평소에는 흡관이 용수철처럼 돌돌 말려 있다가 꿀을 빨 때만 펴져 30㎝에 달한다. 이 나방의 흡관은 긴 꿀샘 관에 맞춰 점차 늘어나, 난초의 수분은 전적으로 이 나방에 의존하게 되었다. 만약 꿀통이 짧아 여러 곤충이 쉽게 들락거리면 애써 만들어낸 꿀과 꽃가루는 무용지물이 된다. 아무 상관도 없는 애먼 곤충에게 마냥 꿀을 퍼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꿀통의 길이를 조금씩 늘리며, 그 크기에 딱 맞는 곤충에게만 꿀을 주려 진화한 다윈난. 가성비 높은 전략을 구사하며 전담 중매쟁이를 찾았던 다윈난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식물임이 틀림없다. 그 후 이 나방과 난초는 공진화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지게 되었다.

생전에 다윈이 중매쟁이 곤충을 애타게 찾던 다윈난(Darwin’s orchid)을 지금 세종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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