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반칙 행위 금지 취지
업계 반발에 논의 미뤄져
‘법안 투명성 부족’ 지적도
e커머스 배제 움직임 속
소상공인 사이서도 ‘우려’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한 플랫폼 업계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르면 다음달 법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플랫폼법은 독점 지위를 가진 플랫폼의 반칙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으로 구글과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이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2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달 플랫폼법 정부안 공개를 목표로 부처 간 세부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플랫폼법의 골자는 독점적 대형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대우(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등의 4가지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법안의 큰 틀과 방향성에는 부처 간 큰 이견이 없지만 규제 주도권을 두고 관계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배적 사업자 지정 대상을 놓고도 이견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안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다음달 법안 공개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법안 공개가 늦어진 가운데 플랫폼 업계는 국내 기업 역차별, 규제로 인한 성장 저해, 통상 마찰 등을 앞세우며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장이 나서 플랫폼 업계의 우려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지만 논란은 확산되는 추세다.
플랫폼 업계는 법안 공개 이전까지는 의견 청취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정보기술(IT) 협력단체인 디지털경제연합과 공정위 간 면담도 일정을 잡았다가 끝내 무산됐다. 지난 25일 열린 공정위와 글로벌 기업 간 간담회에서는 구글과 애플 등 주요 빅테크가 불참했다.
김민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기획실장은 “공정거래법이라는 규제 법안이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추가로 만드는 것”이라며 “법안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남이나 의견 수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와의 ‘불통’으로 정부 부처 간 협의도 더디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부처 간 협의에서 반영하면 협의가 더 수월하게 진행된다”며 “지금은 업계에서 공정위와의 만남을 꺼리고 있는데,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서도 법안의 투명성 부재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플랫폼법에 대한 소문만 무성할 뿐 규제 대상과 수준을 알 수 없어 혁신 저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며 “공청회 한 번 없는 공정위의 소극적인 입법을 두고 법 제정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플랫폼법 규제 대상인 ‘지배적 사업자’에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소상공인 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표 플랫폼을 법 적용에서 제외하면 당초 법안 취지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재 소상공인연합회 온라인플랫폼공정화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규제 법안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e커머스와 배달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법안에서 빠진다면 법안 실효성이 없어 소상공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